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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30일(水)
홍보· 경제효과 ‘일거양득’… 지역마다 출렁다리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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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국내 최장인 경기 파주시 광탄면 기산리 마장호수 흔들다리(길이 220m)를 찾은 관광객들이 다리를 건너며 호수풍경을 즐기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길게 더 길게’ 경쟁에 安全관리 부실… 대형사고 우려 常存

파주 감악산 등 전국에 50여개
‘절경 감상 + 스릴’로 인기 끌어

주차장·화장실 등 시설 부족에
사고 많은데 안내요원 모자라

무리한 개발로 환경 훼손 지적
유료로 전환 · 통행제한 두기도


지난 주말인 26일 경기 양주시 기산저수지에서 파주시 광탄면 마장호수로 가는 편도 1차선 도로(98번 지방도)는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지면서 정체가 극심했다. 정체 시작 50분이 지나 도착한 마장호수 주차장은 차들로 꽉 들어차 주차 공간이 없었다.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한 차량이 도로변에 주차하면서 도로는 더욱 혼잡했다. 호수 관리사무소에서 진입로를 따라 전망대에 이르자 호수 위로 길이 220m에 달하는 현수교 출렁(흔들)다리가 나타났다. 다리 입구는 수천 명의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용객들이 양방향으로 진·출입하며 뒤엉키거나 한꺼번에 몰려 다리를 건너는 바람에 다리가 균형을 잃은 채 심하게 흔들거렸다.

하지만 이를 통제하는 안전요원은 보이지 않았다. 다리 중간쯤에서 가족끼리 맑게 갠 호수 풍경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일부 여성과 노인은 “너무 무섭다”며 도중에 돌아가기도 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다리는 더 심하게 흔들렸다. 다리를 건너는 데는 채 몇 분이 걸리지 않았다. 호수변 산책로 일부 구간 중 덱 및 펜스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토사가 유출돼 위험해 보였다. 지난 주말에 한 여성이 미끄러지면서 다치는 등 주말마다 2∼3건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관리직원은 말했다. 다리 건너 산 중턱에 설치된 철조망은 흉물스럽기만 했다. 이 출렁다리는 파주시가 사업비 79억 원(도비 31억 원)을 들여 마장호수 휴(休)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설치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수시로 마장호수 흔들다리에 대한 안전점검을 하고 시설을 보완할 예정”이라며 “연간 38만 명이 방문하고 관광·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의 산과 계곡, 호수 등 지역 명소마다 출렁다리가 앞다퉈 설치되는 등 곳곳에서 출렁다리 설치 붐이 일고 있다.

출렁다리를 개통한 지 수개월 만에 50만∼7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자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수십억 원 예산을 들여 경쟁적으로 출렁다리 설치에 나서고 있다. 전국에 설치된 출렁다리는 파주 감악산과 마장호수, 강원 원주시 소금산 등 크고 작은 규모를 포함해 50여 개에 달하며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자체들이 출렁다리 설치에 적극 나서는 것은 지역 홍보와 함께 관광객이 몰려들며 침체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등 경제적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출렁다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되면서 당분간 출렁다리 설치 붐이 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출렁다리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안전사고가 빈발하는 데다 안전관리 규정마저 없어 대형 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출렁다리는 교량 설치 기준에 따라 설치하고 있지만 도로법을 적용받지 않아 시설물 안전관리 및 재난 안전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일부 출렁다리는 안전점검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다. 특히 지자체 간에 출렁다리를 조금이라도 더 길게 건설하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 안전을 무시한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자칫 시설 결함으로 사고가 날 경우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출렁다리 위에서 오가는 사람끼리 부딪치는 일이 자주 발생하지만 안전·안내요원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우후죽순 들어선 출렁다리들이 지역 특색 없이 ‘그 나물에 그 밥’처럼 비슷한 모양으로 시공되고 있어 조만간 출렁다리 열기가 식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지만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개발에 따른 자연경관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는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파주시는 2016년 9월 감악산에 힐링테마파크 사업으로 산악 보도교 출렁다리(길이 150m)를 개장해 연간 방문객 70만 명을 돌파하자 마장호수에 또 다른 관광 랜드마크를 만들었다. 감악산 출렁다리는 원주시 등 다른 지자체들이 벤치마킹해 출렁다리 설치 붐을 일으켰다. 감악산 출렁다리의 경제적 효과는 607억 원에 달했다.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인근 음식점과 숙박업소는 매출이 늘어났고, 일자리도 창출됐다.

포천시가 관광명소 조성을 위해 지난 13일 영북면 한탄강 협곡에 개통한 보도교 하늘다리(길이 200m, 폭 2m)는 스카이워크(유리 바닥)를 오가면서 협곡을 따라 주상절리와 비둘기낭 폭포를 볼 수 있어 인기다. 시는 고속도로에서 가까운 홍수터 부지에 주차장과 캠핑장을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다리 건너 계곡 위로 3∼4㎞의 둘레길을 조성하면서 지질공원의 괴암괴석과 산림 등 협곡 경관을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둘레길은 경사도 급해 지난 주말 2명이 발목을 다치기도 했다.

강원 원주시가 자체 예산 38억 원을 들여 지난 1월 소금산 암벽 봉우리(높이 100m)를 연결, 개장한 소금산 출렁다리(길이 200m, 폭 1.5m)는 지난 7일 방문객 100만 명을 넘어서며 시가 내년부터 유료 입장을 검토하고 있다. 높은 스카이워크에서 섬강을 내려다보는 전망 때문에 랜드마크로 우뚝 섰지만 바람에 심하게 흔들리고 최근 어린이가 진입로에서 미끄러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강풍이 불 때는 기우는 현상이 심해 개장 이후 28건의 낙상 사고가 발생했다. 야간에도 개장하는 이 다리는 추락 방지용 안전 펜스를 설치하지 않아 이용객들이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5월 개통한 경북 봉화군 청량산의 하늘다리(길이 90m)는 해발 800m 지점 봉우리를 연결해 국내 출렁다리 가운데 가장 높다. 이곳은 등산객이 연간 40만 명에 이를 정도다. 그러나 2016년 8월 난간대 결함이 발견돼, 한 달 동안 통행을 제한하기도 했다.

경북 김천시는 부항면 유촌리 부항댐에 길이 256m의 출렁다리를 내년 6월 완공 목표로 건설 중이다. 이 다리는 댐 경관을 조망할 수 있지만 위아래로 최대 50㎝까지 출렁거려 안전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140억 원을 들여 팔공산에 길이 230m 구름다리를 2019년까지 완공할 계획이지만 시민단체가 환경 훼손을 이유로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시가 관광객 354만 명과 1만5000명 고용 효과를 내세웠지만 환경영향평가 없이 수요예측이 부풀려졌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전북 순창군도 채계산 중턱에 섬진강을 내려다보는 국내 최장(길이 270m)의 구름다리를 이달 말 착공할 예정이지만 산과 산 사이를 통과하는 도로 위에 설치해 안전 문제가 대두될 전망이다.

파주 = 오명근·대구 = 박천학 기자
om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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