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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31일(木)
北 인권도 남북회담 議題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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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열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수년 전 유럽의 한 국가에서 열린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워크숍에 남북한과 미국, 중국 전문학자의 일원으로 참석했을 때 일이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회의가 오후 늦게 끝나갈 무렵, 우리 측의 한 참석자가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안을 거론하며 북한이 정상국가로 복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건넸다. 그러자 북측 대표가 즉각 반발하며 20여 분에 걸친 일장 훈계에 이어 이 발언을 한 참석자와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겠다고 노골적 적개감을 드러내면서 회의를 파국으로 몰고 갔다. 북한이 자기네 인권 문제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지 체감할 수 있었다.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될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 국무부가 최근 북한 인권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북한에는 전 지역에 걸쳐 정치범수용소에 10여만 명이 수용돼 있는 등 최악의 인권침해국가라고 밝혔다.

사상 최초의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것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대 압박과 북한 지도부를 겨냥한 벼랑끝 협상술이 진가를 발휘하는 시점에 북핵 문제와는 별도로 북한 인권 문제가 제기돼 여러 추측성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미·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수모를 감수하면서까지 회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매우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 정부의 발표가 예년보다 한두 달 정도 일찍 나오자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있다. 동시에, 과거 2005년 9·19 공동성명이 발표된 직후 미 재무부의 방코델타아시아에 대한 제재 문제를 상기시키며 관료 기관의 통상적 행태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북한 인권 문제가, 향후 미국의 대북 체제 안전 보장과 나아가 미·북 관계 정상화로 가는 길에 반드시 거론될 주요 의제(議題)임은 분명해졌다. 2001년 유럽연합(EU)을 비롯해 많은 유럽국가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협상에서 북한 인권 개선 문제를 조건화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입장은 이보다 한층 분명하고 확고하다. 북한 인권 문제를 상·하원 만장일치로 지지해온 미 의회의 승인 없이 대북 체제 보장이나 수교 문제가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 인권 문제는 우리에겐 더욱 절실한 과제다.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와, 전시와 전후 민간인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탈북민이 3만 명을 넘어선 현실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평화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제기되고 개선돼야 할 현안이다. 하지만 최근 개최된 2차례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고, 임박한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도 의제가 되진 않을 것 같다.

우리 정부나 민간 차원에서, 또 언론에서조차 북한 인권 문제가 공론화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통일부에 북한인권정보센터와 법무부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법적 기구로 운영되고 있고, 또한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에서도 ‘2018 북한 인권 백서’를 발간해 그 열악한 실태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남북 대화에서 침묵하거나 외면하는 것은 떳떳하지도, 전략적이지도 못한 일이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한 지역 철도 현대화가 주요 사업이 될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북한 정치범 수용소는 철도로 연결돼 있다. 남북회담 때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의 조건으로 북한 인권 유린의 현장인 정치범 수용소 실태 파악과 해체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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