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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31일(木)
‘재판 거래’라는 거짓 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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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사회부 부장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을 사찰하고, 인사 불이익을 주기 위한 문건을 만들었다는 한 판사의 주장으로 촉발된 사법부 블랙리스트 논란이 1년 3개월 가까이 진행되면서 법원이 극심한 편 가르기로 둘로 쪼개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첫 대법관인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단장이 돼 실시한 3차 특별조사단의 결과 발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협조를 받고자 정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특정 사건의 판결들이 선고되도록 사전 조율했다’는 식으로 이해되는 ‘재판거래’ 의혹을 일부 판사와 진보 및 친정부 성향 언론에서 마녀사냥식으로 쏟아내면서 사법부가 휘청거리고 있다.

특조단이 이런 무리한 주장에 일조했다. 보고서 183쪽에 ‘재판에 영향을 실제 미칠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상고심의 절박한 상황을 해결하여야 한다는 미명하에 판결을 거래나 흥정의 수단으로 삼으려고 한 흔적들이 발견되었음’이라고 돼 있다. 이는 과거사 피해자 배상, KTX승무원 정리해고,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쌍용차 정리해고 소송 등의 판결을 맡은 재판부를 설득하거나 압박해 국가나 정부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도록 했다는 것으로 일부에서 읽고 있다. 지금이 유신시대도 아니고 법원행정처에서 그런 식으로 재판에 개입했다면 예전 사법파동을 능가하는 큰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러나 특조단의 보고서를 조금만 찬찬히 읽어본다면 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바로 알 수 있다. 2015년 7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한 ‘현안관련 말씀자료’라는 문건은 이미 선고가 난 여러 판결 중에서 박근혜 정부가 좋아할 만한 사례를 모아 양승태 대법원장이 신임 대법관 제청을 위해 박 대통령을 만날 때 참고할 자료로 만든 것일 뿐이다. 이마저도 실제 양 대법원장이나 청와대에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2차 조사 때 가장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 항소심의 동향을 파악해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의혹은 이번에도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2심을 앞두고 판사 출신의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재판 전망을 묻자 “매우 민감한 사안이므로 직접 확인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우회적·간접적인 방법으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돼 있다. 이는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의 청탁을 받고 재판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아니라 역으로 ‘재판부에 판결 전망을 물어볼 수 없다’는 뜻을 립서비스 차원에서 완곡어법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는 게 더 상식에 부합한다.

물론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걸 전제로 내부 보고용으로 만든 문서라고 해도 친정부적인 판결을 모아 대통령에게 자랑하려 한 조야한 생각과 오해를 살 만한 거친 표현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를 형사처벌하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억지다. 이 실체가 없는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법원은 1년 이상 진보 대 중도·보수로 갈라졌고, 진보 세력이 법원의 요직을 쉽게 장악한 상황이 조성됐다. 특조단 스스로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무리라고 했는데도 검찰 고발 등으로 사건을 확대·증폭한다면 법원은 전대미문의 대소용돌이에 휩쓸릴 수 있다.

sdgim@
e-mail 김세동 기자 / 사회부 / 부장 김세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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