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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명작의 공간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1일(金)
이창동 감독은 누구… 1982년 신춘문예 당선후 10년간 창작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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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물고기’로 데뷔…20년간 6편 名作 연출

1982년 일간지 신춘문예에 당선돼 소설가로 활동하던 이창동(사진) 감독은 그로부터 약 10년 후, ‘그 섬에 가고 싶다’(감독 박광수)의 연출부로 처음 영화계에 입문했다. 장편 데뷔작 ‘초록물고기’ 이후 약 20년 동안 그는 여섯 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그의 영화들에는 종종 ‘문학적’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작품에 깔려 있는 풍부한 문학적 수사, 틈새를 벌려두기보다 꼼꼼히 이어가는 스토리텔링 때문이다. 그러나 문학적이기만 하다는 것은 오해다. 그는 탄탄한 서사에 능할 뿐 아니라 그것을 영화적 양식으로 구축하는 데 노련한 연출가이기도 하다. ‘초록물고기’의 원색적 이미지들, ‘박하사탕’의 역순행적 구성, ‘오아시스’의 환상 장면들, ‘밀양’의 핸드헬드 카메라, ‘시’의 관찰자 시점 등은 각 작품의 주제와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적확한 것들이었다.

그는 또한, 기본적으로 우리의 정치적 격동기와 소위 근대화 과정이 개인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탐구해온 작가로서 알려져 있지만 그뿐만은 아니다. 분노, 사랑, 집착부터 죄의식, 종교심, 창작욕까지 인간 내면의 다양한 본성이야말로 그가 지금껏 만들어온 이야기들과 예외 없이 연결된다. 배우들의 잠재된 재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것으로도 유명한 그의 연기 연출력은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깔린 감정에 천착하는 영화의 속성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월 16일 오후 6시 30분(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는 이 감독의 신작, ‘버닝’이 상영됐다. 숨죽였던 2시간 30분의 영화 상영이 끝나자 거장을 향한 관객들의 존경 어린 갈채가 길게 이어졌다. ‘버닝’은 이 감독이 칸영화제 기간에 선보인 다섯 번째 작품으로, ‘박하사탕’이 감독주간에, ‘오아시스’가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바 있으며, ‘밀양’과 ‘시’는 경쟁섹션에 초대돼 각각 여우주연상과 각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버닝’은 현지 외신들의 극찬과 함께 올해 가장 주목받는 수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작품들이 심사위원들의 호명을 받으면서 수상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이 감독이 8년 만의 신작을 통해 도전한 새로운 방식, 그가 성취한 영화의 순전한 미학성에 대해서는 이견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버닝’은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들,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들의 경계에서 은근히 작동하는 청년들의 불안 및 분노를 세련된 언어로 보여준 작품이다. 그러나 관객이 어지간히 들지 않는다면 이 감독의 다음 영화는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씁쓸하고 안타깝다. 하긴, ‘명작이라서 슬픈’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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