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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1일(金)
중국 패싱론과 역할론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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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베이징 특파원

중국 외교부 대변인들은 매일 오후 3시 내외신기자 브리핑에서 북핵 문제 질문에 판에 박힌 답변을 내놓는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와 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정치적 해결을 일관되게 지지한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매우 원칙적이지만 이 두 개의 문장에는 ‘중국 역할론’으로 대변되는 중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의 명분과 실익이 각각 들어 있다. 연초 시작된 북한의 ‘평화 공세’로 중국의 동북아 외교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 3월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 개최 성사로 남·북·미 주도의 정세가 전개되자 ‘중국 패싱(배제)론’이 등장했다. 하지만 세계의 허를 찌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3월 말 열리면서 중국 역할론이 힘을 받았다. 미·북 회담을 앞두고 협상력 제고를 위해 ‘뒷배’가 필요한 북한과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유지를 노리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4·27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자 기습적으로 제2차 북·중 정상회담이 지난달 7∼8일 열렸다. 그 후 북한이 미·북 회담 취소 위협을 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태도 돌변 배경으로 ‘시진핑 배후론’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 회담 취소와 재개, 전격적인 5·26 제2차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3자 종전선언 추진 얘기가 나오면서 또다시 중국 패싱론이 등장했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 쪽으로 쏠리는 듯하면 패싱론이 나오고, 중국이 북한을 강하게 끌어당기면 역할론이 힘을 받는 형국이다.

현재 중국 역할론의 핵심은 중국이 북한 비핵화 이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전 정전협정의 당사국으로서 종전선언 참여도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을 ‘완충지대(buffer zone)’로 미국과 맞서왔던 중국은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잃으면 곧 미국과 그 동맹세력에 포위당한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따라서 북한 및 한반도 전체에 대한 영향력 유지는 중국의 동북아 전략의 요체인 셈이다. 시 주석이 김 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겨냥해 대북 적대 정책과 안보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 것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한·미연합훈련 축소 및 폐지, 주한미군 축소 및 철수, 미국의 핵우산 제거 등을 위한 포석으로 봐야 한다. 이는 중국의 한반도 ‘이익’에 직결된다. 대신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해법을 전폭 지지했다. 북·중이 밀착 행보를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영향력 약화를 위해 배후론으로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무역전쟁과 함께 신냉전 구도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북한을 지렛대로 한반도에서 ‘빅 게임’을 벌이고 있다.

6·12 미·북 정상회담이 얼마 남지 않았다.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 안전 보장에 합의하면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대부분 전문가는 중국이 어떤 형식으로든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 과정이 한반도 냉전구도 종식이자 새로운 미·중 패권 경쟁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에겐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넘는 패권을 견제할 치밀한 전략 마련이 절실하다.

utopian21@
e-mail 김충남 기자 / 국제부 / 차장 김충남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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