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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1일(金)
얼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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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 이는 최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두고 한 말이다. 이런 모욕적인 말이 빌미가 돼 미·북 정상 회담이 취소되기도 했으나 북측의 유화적인 담화를 계기로 다시 진행되고 있다.

‘아둔하다’나 ‘얼뜨기’는 함부로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이들은 남을 의도적으로 깔보거나 낮잡아 이를 때 쓰는 저급한 말이다. 이런 말을 적대국이긴 하지만 미국의 최고위급 지도자에게 공개적으로 썼으니 탈이 날 수밖에 없지 않았나 한다.

‘아둔하다’는 ‘머리가 둔하다’의 뜻이다. 그 의미를 고려하면 ‘아둔하다’의 ‘둔’이 ‘鈍’인 것은 분명하나 ‘아’의 정체는 모호하다. ‘아둔하다’를 ‘어둔(語鈍)하다’의 모음 교체형으로 보면 ‘아’의 정체가 아주 오리무중인 것은 아니다.

‘얼뜨기’는 ‘얼빠져 보이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그 의미 및 접미사 ‘-뜨기’의 생산성을 고려할 때, ‘얼뜨기’를 명사 ‘얼(정신)’에 접미사 ‘-뜨기’가 결합된 어형으로 분석할 수 있다. ‘-뜨기’는 ‘시골뜨기, 촌뜨기, 칠뜨기’ 등에서 보듯 일부 명사에 붙어 ‘부정적 속성을 가진 사람’의 뜻을 더하는데, ‘얼뜨기’의 그것도 같은 성격으로 파악돼 이러한 분석이 더욱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명사 ‘얼뜨기’에 대한 형용사 ‘얼뜨다(얼이 뜨다)’가 있다는 점에서 보면, ‘얼’과 ‘-뜨기’로 분석하는 것이 꼭 맞는다고만 할 수 없다. ‘얼뜨기’는 형용사 어간 ‘얼뜨-’에 명사형 어미 ‘-기’가 결합된 명사형 ‘얼뜨기’가 명사로 굳어진 것이거나 아니면 ‘얼뜨-’에 명사 파생 접미사 ‘-기’가 직접 결합된 파생 명사일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으로 보든 ‘얼뜨기’는 ‘정신이 붕 뜬 사람’, 곧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라는 어원적 의미를 갖는다. 이는 ‘얼뜨기’의 실제 의미와 부합한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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