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정상회담 막판 협상>‘마지막 선택’은 트럼프-김정은 두 주인공에 남겼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3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회담하고 있다.2018.6.1 [미국무부 홈페이지=연합뉴스]

폼페이오 - 김영철 회담 이후

“실질적 진전 있었다” 했지만
비핵화 - 체제보장 핵심 사안
140분 회담서 결론 못낸 듯

CVID - 단계 해법 이견 여전
빅터차 “美北 비핵화 개념차”

‘北친서’ 내용 - 트럼프의 대응
정상회담 성사 운명 가를 듯

미국과 북한이 30∼31일 고위급 ‘뉴욕 회동’에서 양대 현안인 비핵화 방식과 북한 체제 안전보장에 대해 전보다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핵심인 비핵화 정의·범위·속도에서는 협상을 타결짓지 못한 것으로 관측됐다. ‘6·12 미·북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일단 전망이 밝지만 최종 확정되지 않아 결국 ‘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넘어가게 됐다는 평가다. 당장 관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1일 방미 중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전달할 ‘김정은 친서’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북핵 협상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뉴욕 회동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통해 북한에 전달한 입장은 △비핵화 △체제 안전보장 △경제적 지원 등 크게 3가지로 추정된다.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면 ‘체제안전 보장+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트럼프 모델’의 재확인이지만 전보다 구체화됐다. 비핵화에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목표에 ‘검증 확인’ 부분이 추가됐고, 비핵화 범위도 미사일을 포함한 “핵 프로그램의 모든 요소”로 명확해졌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해체 및 해외 반출을 우선적으로 언급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비핵화 대상에 미사일도 포함된다”고 확인했다.

동시에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9시 5분부터 11시 25분쯤까지 140분 동안 열렸던 김 부위원장과의 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모델의 ‘SCSP 4대 원칙’도 공식화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면 “더 밝은 미래가 열려 있다”면서 “강하고(strong), 세계에 연결돼 있으며(connected), 안전하고(secure), 번영된(prosperous)” 북한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과 북한 사람들이 함께 일하며 우정과 협력의 새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의 ‘대담한 결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역으로 뉴욕 회동이 북핵 협상의 관건인 비핵화 정의·범위·속도에서 미·북이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이 밝힌 대로 미·북은 비핵화 방식과 대북 체제 안전보장을 놓고 각자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 협의했지만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아직 미·북 간에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면서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도 확답을 주지 못한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CVID식 단기 비핵화를 여전히 주장하고 있고 북한 역시 ‘단계적 조치’를 고수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미·북 정상회담 및 북핵 협상의 운명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린 셈이다. 만일 김 위원장이 ‘단계적’ 접근을 유지하면서도 속도를 가미한 대안을 제시했다면 2020년까지의 CVID를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선까지 이를 수용하느냐가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미국과 북한이 각각 정의하는 비핵화 의미에서 큰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회담 성공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