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마름病’ 폭격… 폐허된 全南 양파밭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망연자실 31일 전남 무안군 해제면 고읍마을 양파밭에서 이장 이승남(왼쪽) 씨와 주민 전영록 씨가 잎마름병으로 고사한 양파를 살펴보면서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무안군 해제면 제공

전남, 전국 양파 생산량 43%
무안 마을선 ‘밭 100% 피해’
최근 잦은 비 - 고온 탓에 확산

전국 양파 생산량의 43%를 차지하는 전남 지역 양파밭에 ‘잎마름병’이 대규모로 발생해 재배 농민들이 깊은 시름에 빠졌다. 최근 양파 가격이 폭락한 가운데 이번 병해로 수확량 감소까지 이어져 이중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31일 전남 무안군 해제면 고읍마을의 양파밭 100여㏊는 폭탄을 맞은 듯 폐허를 연상케 했다. 하늘을 향해 똑바로 서 있어야 할 양파 줄기는 시든 채 땅 위에 널브러져 있고 잎은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마을 이장 이승남(67) 씨는 “마을 양파밭 100%가 잎마름병 피해를 봤다”며 “전체 47가구 가운데 20여 가구가 수십 년간 양파 농사를 지어왔는데 이런 재앙을 당하기는 처음”이라고 한숨만 내쉬었다. 그는 “올겨울에 영하 13도 이하로 떨어질 정도로 유례없는 한파를 겪은 데다 4월 초에 30도를 넘는 날이 이틀 있었고, 최근 잦은 비에 고온현상이 겹쳐 잎마름병 피해가 확산된 것 같다”며 “7∼8차례 방제를 했지만 병해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전남도가 지난달 27일까지 개략적으로 피해를 조사한 결과, 도내 중만생종 양파 재배면적 9627㏊ 중 33.1%인 3186㏊가 잎마름병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했으나 1일 현재 피해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도 관계자는 “최근 3∼4일 사이에 고온다습한 기후가 이어져 잎마름병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됐다”며 “정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만생종 양파는 5월 하순부터 오는 6월 중순까지 수확하는 품종으로 전체 양파 재배면적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양파가 수확을 앞둔 시기에 잎마름병에 걸리면 알이 완전히 여물지 않고 저장성도 떨어진다. 이장 이 씨는 “예전 같으면 포전(밭떼기)거래가 이미 끝났을 시점인데, 올해는 찾아오는 상인들이 전혀 없다”며 “이달 중순에 수확한 조생종 양파 가격이 크게 하락해 생산비도 못 건졌는데, 중만생종 양파까지 이 지경이 됐으니 억장이 무너져 내린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가락동시장의 양파 경락가격은 30일 ㎏당 515원을 기록, 평년에 비해 15%,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낮았다. 무안군 현지에서는 지난해 이맘때 20㎏당 8000원∼1만6000원에 형성되던 양파 도매가격이 요즘 2000∼8000원으로 떨어졌다. 전남도는 이번 피해를 농어업재해 대책법에 따른 농작물 재해로 인정해줄 것을 농림축산식품부에 요청했으나, 농림부는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해로 인정되면 농약값과 대파(대체 파종)값을 지원받을 수 있다.

무안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