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는 여전히 ‘김정은 진정성’ 의심…압박 늦춰선 안 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31일 뉴욕 회동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최고위급 사전 담판이었다. 그러나 ‘완전한 비핵화(CVID)’ 원칙만 합의했을 뿐, 구체적 방식에는 이견이 여전해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 후 “북한이 과거와 다른 길을 가기 위해 전략적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믿는다”면서도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친서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지만 “두 번 또는 세 번 회담할 수도 있다”고 했다. 김정은의 대화 의지를 높이 평가하지만 아직 핵 폐기 진정성엔 의문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최근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급속히 관계를 강화하면서 ‘단계적 비핵화’를 합창하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김정은은 3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 의지는 일관되게 확고하다”면서도 “단계적으로 풀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선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도 합의됐다. 라브로프 장관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별도로 만나 “한 번에 비핵화가 이뤄질 수 없고 비핵화 전 대북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미·북 정상회담 직전인 다음 달 8일 푸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회담하며, 이를 전후해 김정은까지 포함된 3자 정상회담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미국·일본은 초단기 북핵 CVID를 관철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북한과 중국·러시아는 단계적 한반도 비핵화로 맞서는 양상이다. 미국에선 문재인 정부가 미국 편에 설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스텔스 전투기 F-22 14대를 일본의 미군기지에 잠정 배치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남북은 1일 고위급회담을 열고 철도 연결 및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산림협력 문제, 6·15 선언 행사 공동개최 문제 등을 논의했다. 오는 12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은 성공해야 한다. 문 정부는 미·일과 공조해 김정은을 압박함으로써 제대로 된 결단을 이끌어 내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