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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1일(金)
국민연금의 ‘官治 도구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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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미래교육원장

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한항공 대주주 일가의 일탈 행위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공개서한 발송과 경영진 면담 등 3가지 방식의 주주권 행사를 지시했다. 국민연금이 특정 기업을 지목해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 예사롭지 않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 중인 대한항공 대주주 일가의 일탈에 국민연금이 성급히 나선 것을 보면 반(反)재벌적 국민 여론에 편승해 기업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물꼬를 트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엿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로 올해 도입할 예정인 ‘스튜어드십 코드’의 맛보기 같기도 하다.

국민의 재산을 수탁해 관리하는 국민연금은 신의성실 및 선량한 관리자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래서 국가재정법은 주식의 의결권을 기금의 이익을 위해 신의성실하게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은 국민연금이 기업의 배당 확대를 위해 행동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그렇지만 일반 기관투자가와 달리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임의로 해지할 수 없는 대규모 기금으로 정부가 맡아 운영하므로 주주권 행사는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다. 연금급여를 위한 책임준비금 성격의 국민연금기금이 주식 투자를 하면서 따라오는 주주권을 이용해 한국 기업과 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을 경계해서이다. 경영 간섭에 따른 기업 활동 위축으로 인한 기금 수익의 저하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국민연금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연금급여 지급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주주권을 행사해야지 다른 목적의 도구로 이용돼선 안 된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서서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문제 개입을 주도했으니 관치(官治)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은 기금운용위(委)가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지침을 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면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가 기금의 관리와 운용을 위탁받아 개별 주식에 투자하고 관리하며 성과를 평가받는 구조다. 기금운용위가 특정 기업에 대해 주주권 행사 방식까지 정해서 지시하면 기금운용본부의 전문성과 독립성은 훼손되게 마련이다.

개별 주식에 대한 투자 여부와 규모 결정은 기금운용본부의 고유 업무다. 기금운용본부는 대주주 일가의 일탈로 투자 손실이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처분할 수도 있고, 사법적 조치 결과에 따라서 손해배상 청구나 의결권 행사로 대응할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기금운용본부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질 일이다. 기금운용위가 권한 범위를 일탈해 임의로 기업을 지정하고 조치 방안을 제시할 일은 아니다. 이러다간, 혼내줄 기업이 있으면 기금운용본부에 해당 기업 주식을 대량 매입하도록 지시하고 나서 막강한 주주권을 행사하는,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도 가능해진다.

국민연금이 연금급여만을 고려해 투자주식의 주주권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행사하게 하려면 정부나 정치권의 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우선돼야 한다. 기금운용 업무를 기금 제도와 분리해 금융통화위원회 수준의 독립적인 민간 전문가 중심의 위원회나 특수법인에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아 기업 경영을 간섭하려면 국민연금의 지배구조부터 개선해 정부가 국민연금을 앞세워 기업을 지배하는 ‘연금사회주의’ 의혹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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