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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도운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4일(月)
‘한반도 격변’ 보수가 해야 할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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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북핵 ‘완성’ 따른 新대응 불가피
眞心 아닌 안보·국익 집중해야
文정부 지향에 따질 부분 많아

美·北 ‘졸속 합의’ 감시役 필수
잘못되면 금방 死文化될 수도
현실 외면 말고 제 목소리 내야


남-북-미 협상은 불가피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핵무장을 ‘완성’했다고 선언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른 체할 수는 없게 된 것이다. 한국 정부도 ‘무력 충돌’은 막아야 했다. 만일 보수 진영이 정권을 잡았더라도, 지금과 비슷한 협상을 추진했을 것이다.

해야 할 협상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추진 과정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여론몰이 방식을 택한 것. 눈물과 환호성을 버무린 B급 민족 평화 드라마는 반짝 효과만 있을 뿐, 지속가능성이 없다. 북한의 진짜 의도, 미국의 한반도 정책 변화, 중국·일본·러시아의 반작용 같은 이성적, 전략적 담론이 여론을 주도해야 한다. 외교 전장(戰場)의 키워드는 진심(眞心)이 아니라 국익(國益)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협상의 목표인데, 문 정부가 이 격변(激變)의 끝에 우리나라를 어디로 데려가려 하는지 잘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안보 이익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체제 안전이 중시되는 것은 아닌지, 한·미 동맹에 급격한 변화를 주려는 것은 아닌지… 여러 가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

남북 관계는 문재인-김정은의 관계가 아니다. 대한민국 5000만, 북한 2500만 국민 모두의 생사존망이 얽혀 있는 복잡하고 복합적인 상호작용이다. 임기 5년짜리 대통령이 한쪽 진영의 지지만으로 바꿀 수는 없다. 진보적인 문 정부의 대북·대미 정책에 의문이 생긴다면, 결국 보수 세력이 나서서 견제하고 중심(中心)을 잡아야만 한다.

첫째, 비핵화. 문 정부는 북핵을 우리 문제가 아니라 미·북 문제로 간주한다. 그래서 말로는 비핵화를 촉구하지만, 제재에는 앞장서지 않는다. 트럼프가 북한의 비핵화(CVID)를 이끌어낼까? 트럼프는 협상술을 안다고 하지만, 북한과 핵은 잘 모르는 것 같다. 핵심은 북 정권의 핵탄두·물질·시설·전문가, 미사일, 생화학무기에 대한 신고와 제한 없는 사찰, 그리고 반출이다. 협상 당사자인 트럼프 및 문 정부는 문제를 시끄럽게 만들기보다는 수습하기 위해 북한을 집요하게 추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한국의 보수 세력이 실증적, 전문적으로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감시자 역할을 떠맡아야 한다. 또 미·북의 미봉적 합의를 우리 국민 혈세로 뒤치다꺼리하는 악습도 막아야 한다.

둘째, 주한미군. 문 정부가 그토록 원하던 ‘종전 선언’을 트럼프 대통령이 받았다. 주한유엔군사령부 해체부터 시작해 주한미군 철수, 한·미 동맹 폐기 논의가 이어질 것이다. 이미 문 정부 인사들이 불을 지펴왔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바 있다. 북·중·러뿐만 아니라 한국의 진보 세력도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때 한국의 보수는 어떤 대응책을 갖고 있는가. 성조기 흔들며 ‘결사반대’ 구호만 외쳐서는 될 일이 아니다. 미군이 철수하고 핵을 가진 북한과 마주하는 상황에 대한 해결책까지 고민해야 한다.

셋째, 인권(人權). 유엔은 북한의 인권 유린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결의안을 매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 간의 4·27 판문점 선언에는 인권이란 단어가 없다. 트럼프는 김영철과 80분간 대화하면서 인권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남-북-미는 ‘김정은 체제’ 안정에만 관심이 있는가. 인권을 외면한 트럼프의 협상안은 미 의회가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국내 보수 진영도 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하면서 김정은이 아니라 북한 인민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 합의를 선언한들, 그 역사가 얼마나 갈까. CVID라는 본질을 건너뛰고 정치적 구호만 담는 합의서라면, 미 의회나 다음 정권에 의해 사문화(死文化)될 것이다. 남북 합의도 마찬가지다. 보수 세력이 동의하지 않으면 이행이 어렵다는 것을 문 정부도, 북 정권도, 미 정부도 안다.

보수 정당이 길을 잃고 헤맨다고 보수 세력 전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남-북-미 협상은 정상들 간의 몇 차례 회담으로 끝나지 않고, 후속 협상이 뒤따르면서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반도에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시기는 1∼2년이 아니라 4∼6년 뒤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부터 그때를 대비해야 한다. 보수 세력도 더 이상 세상을 외면하지 말고, 또 두려워하지 말고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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