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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4일(月)
나라를 통째로 넘기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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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석 정치부 차장

“민주당이 이기면 이 나라는 일당 독재 국가로 갑니다.”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개시 4일 만인 3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한국당이 이번 선거 메인 슬로건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와 닮았다. 노골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애초의 슬로건이 ‘나라를 (북한에)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의 의미였다면, 이번엔 대상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민주당의 권력 독점만큼은 막아달라는 홍 대표의 대국민 하소연은 대구·경북(TK)도 안심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기감이 만연한 상황에서 한국당 등 보수 야당이 동원할 수 있는 카드가 바닥났음을 보여준다. 이미 예견된 일이다. 전문가들은 선거의 3요소로 구도와 인물, 정책을 꼽는다. 이들 3박자가 잘 맞아야 승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정치권은 이번 지방선거를 준비하면서 3박자는커녕 이들 3요소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춰 놓은 게 없다.

무엇보다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한반도 해빙 분위기로 여당의 압도적 우위가 이어져 왔는데도 이에 맞서기 위한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했다. ‘운동장’이 여권으로 기울어 외부 인재 영입이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보수 야권 통합이나 선거 연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럼에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연대를 위한 탐색전조차 하지 않았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일부 후보 차원에서 진행된 물밑 단일화 논의도 물 건너간 분위기다. 이해관계 조정이 어려워서라기보다는 ‘지방선거 끝나면 소멸할 정당하고 왜 손을 잡느냐’는 양당의 속내가 주된 원인이다. 벌써부터 ‘선거 이후’의 계산에 빠져 있는 것이다.

정책 면에서도 다르지 않다. 기존의 구조적 요인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헛발질’이 겹치면서 경제와 민생 분야에서 경고음이 울린 지 오래지만, 보수 정치권은 이를 지방선거 메인 이슈로 끌어올리는 데 실패했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 등 초강력 북풍(北風)도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홍 대표 등 보수 야당 지도자와 일부 후보가 ‘주사파’ ‘종북 좌파’ 등을 입에 달고 다니다시피 하며 ‘북풍 프레임’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 정치권이 ‘권력의 일방적 쏠림은 막아 달라’고 호소하는 것은, 공부는 하지 않고 시험에 통과하길 바라는 학생의 심보다. 불과 13개월 전 정권을 빼앗기고, 더욱이 2012년 대선 승리 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전패하고도 달라진 게 없다. 그들의 호소가 통하든 그렇지 않든 달라지지 않는 것은 지난 13개월이 보수에게 ‘잃어버린 시간’이었다는 사실이다. 요행으로 기사회생은 가능할지 몰라도 승리는 불가능하다. ‘잃어버린 시간’이 연장되면 22개월 뒤의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도, 45개월 뒤의 20대 대선도 필패다.

최근 선거 취재차 대구에 다녀온 후배 기자는 “‘설마 TK에서까지 민주당이 되겠느냐’는 사람은 있어도 한국당 찍겠다는 사람은 만나기 어려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보수층조차 주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침묵으로 보수 정치권에 다음과 같이 반문하고 있을지 모른다.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

greentea@
e-mail 오남석 기자 / 정치부 / 차장 오남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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