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정상회담 D-8>트럼프 파격발언에 고무된 北…‘단계적 비핵화’ 전략 고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北, 軍수뇌부 교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강원도 원산갈매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에 대한 현지지도에 나섰을 때 김수길(붉은 원안) 신임 총정치국장이 김 위원장을 근접 수행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인민군 수뇌부 3인방을 모두 교체했는데 북한군 서열 1위인 총정치국장이 김정각에서 김수길로 교체된 사실은 지난달 26일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연합뉴스

“최대압박 안원해” “종전선언”
김영철 면담서 유화적 메시지
김정은, 향후 대응방안 고심

核일부 반출 - 제재일부 해제
美‘프런트 로딩’제안 관측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면담에서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면서 김 부위원장의 귀국 보고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응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해 미국 측이 만족할 만한 안을 마련하기 위한 고심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 발언에 고무돼 기존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고수하는 전략을 들고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에 ‘최대의 압박’이라는 용어를 더는 쓰길 원하지 않는다” “오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나올 수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는 미국의 대북제재와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줄곧 주장해온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의지가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촉구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당근책으로 풀이된다.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서도 “나는 회담이 한 번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시간을 갖고 천천히 갈 수도, 빨리 갈 수도 있다”고 말해 기존의 일괄타결 방식에서 한발 물러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정상회담이 여러 차례 이뤄지길 바란다”는 메시지에 대한 화답 성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5일 평양으로 귀환하는 김 부위원장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결과를 자세히 보고받고 나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을 검토한 뒤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한 고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을 만나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어느 정도 수용해 연내 북한이 가진 핵무기와 핵탄두 중 일부를 반출하면 이에 상응해 대북제재 일부를 해제하는 ‘프런트 로딩’을 제안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주장을 한 단계 굽히는 모습을 보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요구에 어느 정도 호응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된 상황이다.

한편 김 위원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의 회담 가능성도 열어놓는 등 전통적 우방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또 지난달 인민무력상과 총정치국장, 총참모장 등 북한군 수뇌부 3인방을 모두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