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갈등>“‘콜텍 정리해고’ 파기환송은 진보적 대법관의 소신 판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재판거래 의혹 판결 뜯어보니

이석기·전교조·KTX 사건…
판결이후 문건올라 거래 불가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파기도
대법관 치열한 법리논쟁 결과

일각선 “梁시절 재판 모두 재심”

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가 촉발한 ‘재판 거래 의혹’ 논쟁이 4일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조사 결과의 핵심 부분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만한 분석 내용 때문이다. 조사단이 보고서에서 ‘재판 거래 의혹’ 대상으로 제시한 판결 13건 중 확인된 상고기각 5건은 논란의 최대 불씨인 재판 거래 자체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중요 증거라는 점에서다. 상고기각은 대법원이 2심 결과를 그대로 인용했음을 말한다. 그런데도 사법부는 이날 현재까지도 ‘사법 농단’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면서 양대 진영으로 나뉘어 치열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갈등이 봉합될 기미는커녕 확대양상을 거듭해왔다.

논란이 됐던 13건 판결의 실제 사건을 담당한 전 대법원 연구관들은 특조단이 의혹을 제기한 8건 중 대법원에서 원심을 파기한 사건은 ‘법리판단’이거나 ‘기존 판결 인용’ 등 합당한 이유로 파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의 한 전임 연구관은 ‘콜텍 정리해고 사건’에 대해서는 “파기 환송된 사건으로 해당 판결의 주심은 이상훈 대법관으로 진보적이고 자신의 주관이 확실하다”며 “기존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그대로 답습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해당 대법원 판결문에는 “근로기준법 제24조에 의하면,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며 “여기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 함은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인원 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며 ‘대법원 2002. 7. 9. 선고 2001다29452 판결 등 참조’라며 인용 판결이 표기돼 있다.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사건’에 관해서는 “통상임금 사건에 대한 재판 거래가 있었다면 일치된 견해가 나와야 하지만 ‘정상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원칙에는 의견 차이가 없었지만 ‘이미 지나간 통상임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서 소급제한하는 것의 당부당(當不當)에 대해서는 대법관 사이에 치열한 법리논쟁이 이뤄진 판결”이라며 “청와대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특조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15년 11월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 추진을 위한 BH(청와대)와의 효과적 협상 추진전략’ 문건을 작성했다. 이 문건에는 공기업 민영화 등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부합하는 듯한 판결을 협조 사례로 꼽아 청와대를 설득하는 방안이 담겼다. 개별 사례로는 위헌으로 결정 난 유신 정부의 긴급조치 9호에 대해 국가의 배상책임을 부정한 판결, 내란 선동 혐의로 기소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해 징역 9년 중형을 선고한 판결, 고용노동부의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을 인정한 판결 등과 함께 KTX 승무원 정리해고 관련 판결도 포함됐다. 이날도 일부에서는 재판 거래를 기정사실로 전제하고 공세를 펴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건에 대해 모두 재심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유진·김리안·김수민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