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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4일(月)
지방은 없고 善心만 판치는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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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6·13 지방선거가 ‘4무(無) 선거’로 흐르고 있다. 무엇보다, 여당 우위 체제가 장기간 계속되면서 선거에 대한 관심이 없다. 또한, ‘지방 없는 지방선거’가 판을 치고 있다. 판문점 선언, 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굵직한 중앙 정치 이슈가 지방선거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지방 분권 강화를 위한 다양한 담론이 자취를 감췄다.

후보에 대한 정보도 별로 없다. 한국선거학회 조사 결과,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때 유권자 2명 중 1명 정도(51.1%)가 지지할 후보나 정당을 고르는데 정보가 ‘부족한 편이었다’고 응답했다. 이번에는 정도가 더 심한 것 같다. 정책 선거도 실종됐다. 오히려 네거티브 선거가 판을 치고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욕설파일’과 여배우 스캔들 등 사생활 의혹 제기로 정책은 사라지고 고소·고발로 얼룩졌다.

정책 선거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유권자가 특정 정책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갖고 있고, 이런 정책에 대한 각 정당 및 후보들의 입장을 이해하며, 이 정책으로 투표장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지방의 내일을 책임질 정책 이슈들은 전혀 보이지 않은 채 인기 영합의 포퓰리즘 정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각종 ‘수당’과 ‘무상’, ‘반값’ 복지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18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자립도는 전년에 비해 0.3%포인트 줄어근 평균 53.4%에 불과했다. 지자체들이 절반 가까운 예산을 중앙정부에 의존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특히, 도(道) 단위는 39.0%, 군(郡) 단위는 고작 18.5%였다. 이런 취약한 재정 자립도 상황에서 아무런 재원 대책도 없이 퍼주기식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결국 지방을 죽이는 것이다.

한국선거학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투표 1주일 전까지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48.0%였다. 2010년 선거에서는 그 규모가 50.2%였다. 특히,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지지 후보를 변경한 경험이 있다는 유권자가 20.8%였다. 이런 조사 결과들이 주는 함의는 아직 유권자에게 합리적 선택의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묻지마식 포퓰리즘 투표’ 유혹에서 벗어나 ‘스마트(SMART) 투표’를 준비해야 한다. 정당과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이 구체적인지, 재원 조달 측정이 가능한지,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우리 동네 발전과 관련이 있는지, 공약 이행 시간표가 잘 짜여 있는지 등을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

더불어, 유권자들이 특정 언론 매체가 제공하는 ‘정책으로 후보 찾기’ 홈페이지를 활용해 자신과 가까운 후보가 누군지를 파악해 투표한다면 포퓰리즘 정책은 고사될 것이다. 분명, 포퓰리즘의 독을 먹고 자란 지방 경제는 피폐하게 되고, 동네 민주주의는 쓰러질 수밖에 없다.

이번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는 심판이 주된 목적이 아니다. 망국적인 정책 포퓰리즘에 마침표를 찍고 지방자치와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기초를 다듬는 ‘정초(定礎) 선거’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한 방 신화’의 나쁜 유혹에 빠져 포퓰리즘 정책에 몰입하는 후보들을 가려내어 표로 응징함으로써 유권자는 결코 어리석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단언컨대, 헌법을 개정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늘 깨어 있고 자신이 던진 한 표에 책임을 지는 유권자만이 동네 민주주의를 지키고 지방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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