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피아노 하모니, 화려함보다 진정성 추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클래식계가 주목할 신예로 꼽히는 첼리스트 문태국(오른쪽)과 피아니스트 한지호는 올해 초부터 워너 인터내셔널 데뷔 앨범 준비를 하며 부쩍 가까워졌다며 4일 편안한 모습으로 대화에 나섰다. 이들은 클래식 앙상블 디토가 매년 개최하는 ‘디토 페스티벌’에서 올해 주목하는 신인 듀오로도 꼽혀 6∼8일 안산과 서울 무대에서 첫 호흡을 선보인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워너 인터내셔널’ 데뷔앨범 발매 앞둔 문태국·한지호

문, 亞최초 카잘스 대회 우승
한, ARD콩쿠르 1위없는 2위

“음악 스타일· 지향점도 비슷
일주일 리허설후 사흘간 녹음
편곡해 다채로운 시도했어요”

이달 8~ 9일 안산· 서울 공연
드뷔시곡 선택,듀오호흡 첫선

애칭은 일명 ‘워너비 듀오’. 세계적 클래식 음반사인 워너 인터내셔널의 선택을 받은 듀오라는 의미다.

카잘스 콩쿠르에서 2014년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한 첼리스트 문태국(25), 그리고 ARD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오른 피아니스트 한지호(27)가 만나 워너에서의 데뷔 앨범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한국인 클래식 음악가가 워너에서 앨범을 발매한 것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등 소수라는 점에서 두 젊은 한국인 음악가에게 거는 클래식계의 기대도 남다르다는 뜻이다. 내년 2월 앨범 정식 발매에 앞서, 이들은 오는 8∼9일 디토 페스티벌에서 듀오 리사이틀 무대에 오른다.

4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음악 스타일도, 지향점도 비슷하기 때문인지 처음 본 사이 같지 않게 금방 친해졌다”고 입을 뗐다. 지난 2월 미국 보스턴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들은 일주일간의 리허설 후 3일간 녹음을 진행한 것만으로 앨범 작업이 마무리됐다고 했다.

“둘 다 음악적으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기 때문에 리허설 후 나중에 인위적으로 조정해야 할 부분이 거의 없었어요. 지호 형이나 저나 평소 화려한 음악보다 진정성 있는 음악, 학구적인 자세를 중요시한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죠.”(문태국)

첼로 곡들로 이번 앨범 작업을 주도한 문태국은 “전체 콘셉트에 대한 아이디어는 카잘스 콩쿠르에서 얻었다”고 소개했다. 파블로 카잘스가 생전에 자주 연주했던 곡들 중심으로 곡목이 꾸려졌다. 콩쿠르에서 우승한 지 4년이 지난 지금 ‘카잘스 오마주’라고 불릴 만한 음반을 준비한 이유를 묻자 “섣부르게 앨범을 내기보다 심적으로나 음악적으로 성숙할 시간이 필요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저를 가르치신 로렌스 레서 선생님은 첫 음반을 70대에 내셨어요. 이유를 여쭤보니 이제야 연주를 음반으로 낼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제가 들려드리고 싶은 음악이 어떤 건지 집중할 수 있는 시점에 앨범을 내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이 사실상 첼로 곡 위주이기는 하지만 7개 수록곡 중 6개 곡에 피아노가 참여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수록곡 중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을 제외하고 베토벤 첼로 소나타 3번과 다섯 개의 소품곡 전곡에서 문태국과 한지호의 호흡을 엿볼 수 있다.

“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도 32곡을 작곡했을 정도로 첼로와 피아노의 커넥션을 내밀하게 탐구했던 작곡가예요. 그래선지 이번 첼로 소나타를 위해 피아노를 치면서 베토벤의 전체적인 음악 세계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어요.”(한지호)

또 다른 수록곡들도 원곡이 피아노곡이나 성악곡, 민요였던 것을 첼로 곡으로 편곡한 것이어서 다채로운 시도를 엿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장 이번 주 열리는 디토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이들은 앨범 발매까지 8개월여가 남은 만큼 앨범 수록곡보다 듀오의 특색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곡들로 공연 프로그램을 짰다.

문태국은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 1번, 한지호는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시카를 각각 연주하고, 함께하는 곡으로는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의 첼로 소나타와 풀랑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선택했다.

“1부에 연주하는 바흐와 드뷔시의 곡은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절제된 음으로 감정이나 색채감을 드러낸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2부 곡은 음표 하나가 큰 의미가 있다기보다 전체적인 그림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고요. 전체적으로 보면 무게감 있고 절제된 1부와 음들이 흩날리는 느낌의 2부를 비교하면서 들으시는 것도 흥미로우실 것 같아요.”(한지호)

이들은 8일은 경기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9일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