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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Her Story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5일(火)
“한국 고질적 병폐는 차별… 이주女性을 性소수자 간주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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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1일 경기 부천 유한대 캠퍼스에서 와타나베 미카 씨가 결혼 이주여성으로서 겪은 30년 한국 생활에 대한 소회를 말하고 있다. 부천=김호웅 기자 diverkim@
‘물방울나눔회’대표 와타나베 미카 교수

“한국인의 역동성·애국심 매력
嚴父존재 사라진 지금 다소 실망

이민자 복지, 민간서 이뤄져야
정부 간섭땐 되레 변질될 수도
스스로 이웃과 공존·자립해야”

“이주민정책 검증없이 시행땐
國益·안보에 구멍 생길 수도

한국인 모두가 평화무드 취해
정작 北인권문제에는 눈감아
납북자 해결없인 정상국가안돼”


결혼 이주여성 와타나베 미카(渡邊美香·57) 씨. 그의 한국식 이름은 이미향이다. 일본식 한자 이름(美香)에 남편의 성(李)을 따랐다. 88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 강원 속초가 고향인 남편과 결혼해 성년이 된 자녀 둘이 있다. 그가 시집올 당시 양가 모두가 결혼을 반대했다. 그래도 결혼을 포기하지 못한 건 남편에 대한 사랑도 있었지만, 한국 사회의 역동적인 모습과 한국인의 애국심에 푹 빠져서다. 지금은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본어를 가르치며 이주여성 봉사단체인 ‘물방울나눔회’를 9년째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대통령 표창인 ‘올해의 이민자상’까지 받았다. 그런 미카 씨가 요즘 달라졌다. 지난달 31일 경기 부천에 있는 유한대 캠퍼스에서 미카 씨를 만났다. 언론과의 인터뷰는 대통령 표창을 받고 난 이후 2년 만이라고 했다. 건네받은 그의 명함에는 한국식 이름이 없었다. 전임 대통령 탄핵과 남북정상회담, 급변하는 대외환경 속에 그의 눈에 비친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때 귀화할까도 생각했는데 일본 영주권을 갖고 있는 게 좋겠다는 남편의 권유로 포기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공식적인 자리에 한국 이름을 쓰지 않아요.”

미카 씨의 이 같은 답변에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약간의 불신도 묻어났다. 국내 결혼이주여성은 약 29만 명, 이 중 20만 명이 남편의 국적을 따라 귀화했다. 대통령 표창을 받은 그가 귀화하지 않은 까닭이 궁금했다.

“일본에서는 아버지의 사랑을 ‘엄애(嚴愛)’라고 합니다. 그만큼 엄하면서도 무게감이 있었죠.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강한 아버지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 같아요.”

30년 전 한국의 역동적인 모습과 한국인의 애국심에 반해 한국 남자와 결혼했다고 할 정도로 한국의 매력에 빠졌던 그는 “지금은 한국과 저의 관계는 권태기에 든 부부라고 할 정도로 한국의 매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패전 후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도 잘못된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그는 말했다. 미카 씨가 젊었을 때 일본에 실망한 것도 같은 이유다. 미카 씨에 따르면 패전 후 일본은 오랜 기간 아버지의 존재를 잊고 살았다. ‘아버지의 부재’가 일본 젊은이들의 열정과 패기를 사라지게 했다는 것이다.

“과거 한국 사회의 눈부신 발전은 지도자의 강한 리더십과 그를 뒷받침해준 국민의 애국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부장적 분위기를 좋아하고 보수적인 그의 모습은 그의 집안 내력에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일본 제국주의 시절 만주철도 회사의 간부였고 아버지는 함경북도 나진에서 태어났다. 패전 후 할아버지와 함께 귀국한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늘 나약한 모습을 보이다 50대에 알코올의존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패전 후 절망에 빠졌던 일본의 사회상과 무기력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강한 아버지를 그리워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그에게 충격적이었다. 한국인이 다 됐다고 생각했던 그에게 대통령 탄핵 사건은 진짜 한국인이 아직 안 됐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거리의 대규모 촛불집회로 대통령이 탄핵되는 모습을 보고 놀랐어요. 아무리 민주적 절차에 의한 것이라고 하지만 조직된 집단이 현직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것은 사법적 판단이라기보다 정치적 이유로 보였거든요.”

미카 씨는 한국 사회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로 ‘차별’과 ‘편견’을 들었다. 사회적 계급을 나누듯 ‘시혜자’와 ‘수혜자’를 구분, 차별을 강조해 혜택을 구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차별은 어느 사회에서든 있기 마련이잖아요. 오히려 ‘그럴 것이다’란 사회적 인식에 기대 과도한 혜택과 정부 지원만을 바라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그는 다문화가정을 정치 이슈화하거나 이주여성을 성소수자로 대하는 것도 불만이다.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이 자립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0만 명 정도다. 한국도 이미 다문화·다인종·다국가 사회로 봐야 한다. 단일민족인 한국도 오래전부터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를 지향하며 외국인의 이주와 사회통합을 위한 수많은 정책을 펼쳐 왔다. 하지만 그는 외국인이라고 해서 무차별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카 씨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럽의 다문화 정책은 실패했다’고 말한 이유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면서 “그렇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자 정책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민자 등 외국인에게 우호적인 정책이 철저한 검증 없이 시행된다면 국익과 국가안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카 씨는 “중국인이 제주도 땅을 집중적으로 매입하는 것은 개발이익을 노린 것이지만 또 다른 이면이 있을 수 있다”며 중국 이민자들이 일본의 온천 관광지인 홋카이도(北海道)와 미군기지가 있는 오키나와(沖繩) 땅을 전략적으로 매입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무조건적인 개방보다 현실적이고 냉정한 한국만의 독자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일련의 진행 과정을 보며 북한의 태도 변화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최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쓴 회고록을 봤습니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봉건왕조에서 노예사회로 후퇴한 듯 보이더군요. 북한 정권이 저지른 잔혹한 민간인 학살과 극악무도한 반인륜적 범죄를 국제사회는 그냥 덮어두지 않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 포옹까지 하면서 북한의 인권유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은 납득이 되질 않습니다.”

미카 씨는 한국인 모두가 평화 무드에 취해 정작 중요한 인권 문제에는 눈감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정상적인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의 인권과 납북자 문제 해결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미카 씨가 북한 인권과 납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일본인 납북 피해자도 많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룬 국제포럼에서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橫田 めぐみ) 씨 부모를 만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미카 씨는 북한 정권의 반인륜적 인권유린의 실상을 세상에 알리고 납북자를 반드시 구출해내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약속을 했다.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풀리면 당연히 일본과의 관계개선도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북한의 경제를 재건하는 데 일본의 자본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 전에 북한에 납치된 메구미 씨의 송환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는 메구미 씨 부모가 된 입장으로 한국 정부가 ‘일본인 납치’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줬으면 하고 바랐다.

미카 씨는 이주여성 봉사단체 ‘물방울나눔회’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물방울나눔회 회원 중 이자스민(41·필리핀) 씨가 19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낼 정도로 이주여성을 대표하는 단체다. 이 단체에 속한 상당수 이주여성은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때 외국어 통역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미카 씨는 “다문화 사회에서 이민자는 최소 두 개 나라의 문화를 접한 만큼 일반 시민보다 더 많은 역할을 소화해 낼 수 있다”며 “이민자들이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공간과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 김 전 주한대사와 앤드루 김(한국명 김성현)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KMC) 센터장 등 한국계 미국 이민자들이 미·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무척 부러웠다”며 “한국의 외국인 이민자들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과 애국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카 씨는 이민자를 위한 복지(혜택)는 국가가 아닌 민간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가 이민자 정책에 깊숙이 개입할 경우 이민자 역시 정치 세력화할 수 있고, 포퓰리즘 정책은 무분별한 이민자 확산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민자 스스로 이웃과 공존하며 자립할 수 있고, 그 같은 활동은 공적 영역이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동네의 작은 교회에서 하는 바자회나 아파트단지 부녀회에서의 나눔활동이 오히려 이민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그는 말했다. 반면 정부가 이민자를 위한 다문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별도의 기구를 만들고 인프라 구축에 나설 경우 들어간 예산에 비해 이민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미카 씨가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에서 살겠다고 한 것은 일본이 저지른 과거 역사의 잘못을 속죄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젊어서는 위안부 할머니를 돕기 위한 활동도 하고, 일본 정부의 반대에도 일인극 ‘명성황후’의 주역을 맡아 한국 국회에서 공연했다. 이 때문에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두 나라에 끼인 ‘층간인(層間人)’이란 비난도 들어야 했다. 그래도 남편의 나라와 친정인 일본이 좀 더 가까워질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한국에 시집온 지 30년 동안 위안부 소녀상만 더 늘었고 양국의 관계는 예전보다 나아진 것이 없는 것 같아요. 두 나라를 이간질하는 세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예요. 더 이상 두 나라가 과거에 얽매여 반목하지 말고 미래를 향한 발전적인 관계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미카 씨는 자신과 같은 결혼 이주여성이 처음 남편을 만나 한국에 왔을 때의 설렘을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기를 바랐다.


△1961년 일본 출생, 와세다대 문학부 졸업(1984년) △현 유한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 물방울나눔회 회장, 글로벌커뮤니티협회 고문, 여성가족부 다문화가족포럼 운영위원, 한미동맹강화국민운동본부 대외협력국장 △전 법무부 외국인정책위원, 법무부 정책위원

부천=지건태 기자 jus216@
e-mail 지건태 기자 / 전국부 / 차장 지건태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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