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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5일(火)
휴게소 음식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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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일 문화부 부장

지방 출장이 잦아 고속도로 휴게소를 자주 들른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화장실도 깨끗하고, 알뜰주유소의 기름값도 싸다. 하지만 휴게소에서 되도록 피하는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게 바로 식사다. 가격이 비싸면서도 질이나 맛은 형편없는 휴게소 음식 앞에서 화가 치민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 손바닥만 한 뚝배기에 야박하게 담은 찌개 하나에 저급품의 쌀로 지은 밥, 그리고 김치와 짠지 하나를 달랑 반찬으로 내곤 7000∼8000원을 받는 식당이 허다하다.

이런 음식을 내는 고속도로 휴게소 식당도 장사는 그럭저럭 된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경쟁이 제한되는 지역 독과점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독과점 체제 휴게소에서는 가격을 자동조절하는 시장경제 논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판매자가 가격을 결정하면 소비자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음식이 부실해도 식당이 돈을 버는 이유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고속도로 휴게소 식당이 제법 붐빈다. 휴게소 음식을 내세운 이른바 ‘먹방’ TV 프로그램 때문이다. TV 프로그램이 소개한 음식을 파는 휴게소 식권 판매대 앞에 줄이 길다. 식권을 사도 음식이 나올 때까지 오래 기다려야 한다. 희한한 일이다. 휴게소 식당의 ‘원가구조’를 알면 이게 얼마나 희한한 일인지 알게 된다.

고속도로 휴게소 식당에서 소비자들이 내는 음식값의 절반 이상이 수수료다. 밥값에서 반을 뚝 떼고 나머지로 재료비와 인건비 등을 충당하고 수익까지 챙긴다. 다음은 수수료가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한 휴게소 식당의 경우다. 손님이 7500원짜리 음식을 주문하자 4000원이 수수료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식당은 나머지 3500원으로 밥을 차려내고 종업원을 쓰고 적잖은 수익까지 남긴다. 이렇게 하고도 손님들을 줄 세운다는 게 어디 보통 일인가.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권은 한국도로공사 입찰을 통해 결정된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공공 인프라 성격을 갖고 있어 높은 가격을 써낸 업자가 아니라, 여러 업체가 낸 가격의 평균치에 가장 근접한 업자에게 운영권을 준다. 문제는 이렇게 운영권을 받은 민간기업이 제한 없이 휴게소 내 식당과 점포들로부터 과도한 수수료를 거둬들인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고속도로 휴게소 조리음식점 네 곳 중 한 곳(24.6%)이 매출액 절반 이상을 수수료로 냈다. 먹방 TV 프로그램이 휴게소 식당에 손님들을 줄 세우는 게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 이유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수수료가 더 오르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한때 고속도로 휴게소 이용객들의 가장 큰 불만은 주유소의 비싼 기름값이었다. 휴게소 주유소는 독점 운영을 앞세워 비싼 값을 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기름값을 크게 낮춰 고속도로를 벗어나기 전에 휴게소에서 기름을 넣는 이들까지 생겼다. 주유소 매출도 80%가 늘었다. 한국도로공사가 한국석유공사, 농협 등과 공동으로 유류를 구매하고 직판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가격을 크게 낮춘 결과다.

주요소가 기름값을 낮춘 식으로 휴게소 식당의 만족도를 높일 방도는 없을까. 비싼 수수료가 더해진 밥값을 내고도 허술한 밥상을 받으며 느끼는 ‘사소한 분노’를 지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parking@
e-mail 박경일 기자 / 문화부 / 부장 박경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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