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보司 간부가 요원 명단 팔아넘긴 기막힌 安保 현실

국군정보사령부 전·현직 간부가 군사기밀을 외국 요원들에게 장기간 대량 팔아넘긴 사실이 드러난 것은 충격적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4일 “군사기밀 100여 건을 2013년부터 지난 4월까지 돈을 받고 유출한 혐의로 정보사(司) 공작팀장이던 황모 씨와 10여 년 전의 팀장 홍모 씨를 지난달 31일 구속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구멍 뚫린 안보(安保)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또 다른 예로, 해외의 한국 비밀요원 명단까지 넘겼다는 것은 더 기막히다.

군(軍)은 신변 보호를 위해 해외 요원들을 급히 귀국시켰다고 하지만, 제한적으로라도 이미 신분이 노출된 이들이 더는 활동하기 어렵다. 해외 정보망에 심각한 타격을 주며 안보의 기초를 허문 반(反)국가 범죄가 5년이나 지속됐는데도, 정보사는 국가정보원을 통해 지난 4월 파악하기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어이없다. 심지어 사태를 파악한 뒤에도 한 달여 간이나 자체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황 씨 파면 후에 검찰 수사를 의뢰하는 식으로 시간을 끄는 동안에 기밀을 넘겨받은 한국 주재 외교관 1명은 본국으로 귀국했다고 한다. 그러고도 정보사일 수 있는가.

그러잖아도 지난해 9월엔 정보사 대위의 SNS를 통한 대북 관련 기밀 유출이 적발됐다. 정보사 기강 붕괴를 의심할 만하다. 남북한 대화 국면일수록 정보사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대북(對北)뿐만 아니라, 대주변국 방첩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 이번 사건을 계기로나마 정보사는 기강을 제대로 세우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