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국제범죄>해외추적 한계… 인터폴 밀착공조 절실

(下) 국제수사 협력 강화

작년 필리핀 도피범 47명 송환
比법무부 접촉후 무더기 압송
협조 관계·외교적 노력 필수

경찰 인터폴계 직원 달랑 10명
국제범죄수사대 인력 보충 시급

국제범죄에서는 국가 간 수사 공조가 가장 중요하다. 범죄인 송환 등 국제공조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선 제도 개선과 외교적 노력이 필수다. 수사 인력 확보도 절실하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인터폴를 통해 해외 수사기관에 요청한 국제공조수사 요청 건수는 최근 3년(2015∼2017년) 사이 2862건으로 연평균 954건에 달하는 반면, 경찰청 외사수사과 담당 경찰관은 8명,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79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외도피사범의 송환은 해외 체류 중인 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는 국제공조수사의 핵심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14일 이뤄진 필리핀에서 검거된 피의자 대규모 단체 송환이 대표적이다. 범죄 피의자 47명이 전세기를 동원해 국내로 이송됐고, 대규모 단체 송환은 처음이었다. 우리 경찰청 관계자가 필리핀 법무부 차관 등과 만나 송환 작업을 설득했다.

지난 4월에는 일명 ‘파타야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모(33·구속) 씨가 베트남에서 체포된 뒤 19일 만에 송환됐다. 김 씨는 2015년 태국 방콕에서 운영하던 불법 사이버도박사이트의 프로그래머로 고용한 한국인 A(당시 26세) 씨를 때려 숨지게 한 뒤 파타야의 한 고급리조트에 유기한 채 달아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첩보를 통해 김 씨 소재를 파악한 후 베트남에 이를 통보하고 신속한 검거를 요청해 이틀 만에 체포가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베트남과 꾸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빠른 송환이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신속한 국제 공조는 국제적인 범죄 피해를 막는 역할도 한다. 지난 3월 국내 바이오의약품 제조업체인 B사는 재빠른 조치로 돈을 되찾을 수 있었다. B사는 무역 거래를 하자는 이메일을 보낸 불가리아인 일당에 속아 300만 유로(약 40억 원)를 송금했는데, 경찰이 인터폴을 통해 현지 계좌를 동결했다.

국제공조수사는 국제형사사법공조와 인터폴을 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방청별로 중국 등의 지방 수사기관과 별도의 협조 관계를 맺고 있기도 있다. 인터폴을 통한 공조 요청은 인터폴 사무총국을 거치거나 직접 가입국 경찰에 공조 수사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경찰 관계자는 “국제공조수사는 상호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해외 적색수배 사범을 체포해 송환해주는 것 역시 원활한 국제공조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국제범죄수사대가 첩보 사건, 인지 사건만 담당하는 조직임을 감안하면 인력에 비해 처리하는 사건 수가 많다고 설명했다. 2012년 99명이었던 국외도피사범 송환은 지난해 300명으로 5년 만에 3배로 늘었다.

국외도피사범은 같은 기간 285명에서 528명으로 증가했다. 인터폴 가입국은 전 세계 192개국. 인터폴의 한국 사무국 역할을 하는 경찰청 외사수사과 인터폴계 직원은 10명, 경찰관은 8명으로 인터폴이 권장하는 24시간 가동 체재를 실행하기 불가능한 상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 숫자가 늘어나고, 해외로 나가는 한국인들도 늘어나면서 국제범죄를 수사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외사 분야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의 치안 유지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범죄 수사에 대한 조직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