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34人의 집단지성 ‘칸트 전집’ 국내 첫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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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칸트학회의 철학자 34명이 참여해 용어를 통일하고 번역을 교차 심사하는 등 집단지성의 과정을 거친 칸트 전집이 국내에서 처음 출간됐다.

한국칸트학회가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2013년 시작한 칸트 전집 전 16권 중 제2권 ‘비판기 이전 저작Ⅱ(1755∼1763)’, 제5권 ‘학문으로 등장할 수 있는 미래의 모든 형이상학을 위한 서설·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 제7권 ‘도덕형이상학’ 등 세 권이 4일 한길사에서 출간됐다. 칸트학회는 독일 학술원이 발간한 칸트 전집 대부분을 번역하는 이 한국어 전집을 내년 가을까지 완간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순수이성비판’ 등 ‘3대 비판서’ 위주로 번역된 칸트 사상을 총체적으로 집대성하게 돼 칸트뿐 아니라 칸트 이후 철학 연구에도 도움을 주게 됐다. ‘칸트 이전 철학은 칸트에게로 흘러들고, 칸트 이후 철학은 칸트에게서 나온다’고 할 정도로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1724∼1804)는 서양철학사에서 분수령이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오래전에 칸트 전집이 나왔다.

4일 칸트 전집 출판 간담회에서 칸트학회장인 이충진(사진 가운데) 한성대 교수는 “이번 전집이 학회가 공인한 번역서라는 점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출간될 책은 예외 없이 칸트 전집을 기준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간행사업의 책임연구원을 맡은 최소인(오른쪽) 영남대 교수는 “칸트 전집을 출간하면서 가급적 많은 학자가 참여하는 집단지성을 활용했다”며 “번역물과 해제, 역주 모두에 대해 교차 확인 과정을 거쳐 질을 높인, 통일된 관점을 가진 책으로 널리 읽히고 평가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칸트학회는 이번에 용어조정위원회를 구성해 반드시 동일하게 써야 하는 ‘필수 용어’와 역자에 따라 유동성을 둔 ‘제안 용어’를 만들었다. 칸트 철학서 번역에서 논쟁이 돼온 트란스첸덴탈(Transzendental)과 아프리오리(a priori)를 각각 ‘선험적’과 음역 그대로 ‘아프리오리’로 쓰기로 했다. 트란스첸덴탈은 기존에 ‘선험(론)적’이나 ‘초월(론)적’으로 옮겨졌고, 아프리오리는 ‘선천적’이나 ‘선험적’으로 번역됐다. 한국칸트학회 홈페이지(www.kantgesellschaft.co.kr)에 이번 전집의 번역용어집을 올려 공부하는 이들이 참조하도록 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