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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7일(木)
사투리 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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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6·25 남침전쟁이 한창이던 때의 얘기다. 어느 아군 소대가 포위망 탈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적의 따발총이 간단없이 불을 뿜었다. 순간 포탄이 머리 위로 날아왔다. 다급해진 경상도 출신 소대장이 외쳤다. “수구리!” 필사의 반격으로 사지를 벗어나서 대원을 점검하니 4∼5명이 전사했다. 머리를 숙이라는 명령임을 알아듣고 ‘수구린’ 부하들만 목숨을 건진 것이다. 고향 사투리 때문에 부하를 잃었음을 깨달은 지휘관은 제 머리를 쳤다. 적(敵)과의 2차 전투에선 명령을 바꿨다. “아까맹키로!”(조금 전처럼) 빗발치는 총알 너머로 그 뜻을 알아듣지 못한 병사 몇 명이 또 쓰러졌음은 물론이다. 실화가 아니라, 정훈용으로 전해오는 과장된 무용담이다.

사투리는 ‘지역 표준말’이다. 통역사 없이 지역민끼리 통하게 해준다. 나와 너를 우리로 하나 되게 해주는 게 방언이다. 몸으로 얻고 쓰고 전하는 말이라 문물과 문화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시간이 응축된 말임과 동시에 지역이란 공간에 괴어 있는 물 같은 말이기도 하다. 그것을 퍼 날라온 것이 혼인과 물류다. 거기에다 소리의 높낮이가 담긴 성조(聲調), 발음의 길고 짧음을 보여주는 음장(音長)이 보태지니 사투리는 글자언어라기보다 소리언어다. 한군데 갇혀 있어 주민들이 사라지면 절멸되는 특징이 강하다. 아직 통용되고 있을 때 담아둘 ‘사투리박물관’ 같은 저장시설이 필요하다. 시공을 뛰어넘어 우리말의 다양성과 뿌리를 찾을 수 있는 한국어 보물 창고가 필요하단 말이다. 그 일은 우선, 인터넷 사투리박물관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지방선거가 엿새 뒤로 다가왔다. 1년 전의 탄핵풍에 이어 연초부터 휘몰아치는 ‘핵풍(核風)’에 야권은 핵풍낙엽이다. 무풍지대라 여기던 지역구에서도 전세를 뒤집기 위한 여야 후보들의 선거운동이 눈물겹다. 삼보일배를 하는가 하면, 길거리 공연을 하기도 하고, 민심을 져다 나르겠다며 지게를 지고 나오기도 한다. 또, 사투리 유세로 표심을 흔들어 본다. 후보들은 물론 지원에 나선 중앙당 지도부의 입에서마저 지역 말이 튀어나온다. 벌써 ‘디비졌다’(뒤집어졌다)고 선전하거나, 마카 다(모두 다) ‘디비 보자’고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얼치기 방언으로 민초의 마음을 울리긴 어렵다. 눈물이 있고 웃음이 있고 사랑이 있고 정이 있는 게 진짜 사투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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