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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7일(木)
트럼프-김정은 ‘포괄 합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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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 경희대 교수, 前 駐유엔 대사

이례적인 비수교국 頂上 만남
비핵화 ‘과정의 시작’ 그칠 것
北 ‘核완성→포기’ 진실 안갯속

2017년에만 3차례 대북 제재
누구든 ‘최대 압박’ 불가피 상황
北核 제거 위한 지혜·용기 필요


역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이 닷새 뒤로 다가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몇 가지 의미에서 다른 정상회담들과 다르다. 일반적으로 정상회담은 우호 관계를 다지기 위해 열리는데, 이 회담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이라는 단일한 목적으로 개최된다. 특히, 트럼프로서는 북핵 문제가 없었다면 국교가 없는 북한 지도자를 이 시점에 만날 이유가 없다. 또한, 대개는 실무협상을 통해 현안 해결의 가닥을 잡은 후 정상이 만나는데, 싱가포르 회담은 그렇지 않다. 물론 미·북 정상이 발표할 내용을 협상을 통해 만들어 내고 있겠지만, 과거 9·19 공동성명 같은 포괄적 합의를 기대하긴 어렵다. 일부 구체적인 공약이 포함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대로 북한 비핵화는 한 번에 끝낼 수 없는 ‘과정(process)’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안보에 새로운 과정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여태까지의 상황을 짚어보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지난 25년간 북핵 문제에서 가장 중요했던 해는 지난해였다고 생각된다. 2017년 북한은 김정은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핵무기(수소폭탄급)의 소형화를 통해 장거리 핵능력 개발에 집중해서 11월 말 ‘국가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했다. 이것은 북한이 어떤 전략적 목표를 노린 것인지, 아니면 내친김에 장거리 능력까지 확보함으로써 대미 핵억지력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즉 전략의 부재 때문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장거리 핵능력 추구가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 비핵화를 최우선 안보 과제로 삼게 한 것은 틀림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6년 이후 모두 8차례에 걸쳐서 제재를 강화했는데, 가장 강력한 제재는 모두 2017년 3차례의 결의로 도입됐다.

그러한 상황에서 올 들어 북한이 보여준 선택은 핵무기의 포기다. 핵무기의 완성을 선언한 지 2개월 만에 비핵화로 전환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추측이 가능하지만, 진실은 시간이 더 흘러야 나올지도 모른다. 핵무기를 완성해서 큰 협상 카드로 쓰려고 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앞으로 한·미·일 등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대가가 과거 제네바 합의(4조 원 규모의 핵발전소 무상 제공)나 9·19 공동성명(경제 지원과 미국의 불가침, 관계 정상화 약속)을 뛰어넘기 쉽지 않을 텐데, 카드로 쓰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핵을 완성하려 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보다는 올해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미국이 아무리 핵을 휘두르며 전쟁 도발 책동에 광분해도 이제는 우리에게 강력한 전쟁억지력이 있는 한 어쩌지 못할 것”이라고 했듯이, 핵억지력의 효과를 믿었는데, 오히려 미국이 군사력 사용을 검토하는 등 반대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설명 같다. 특히, 지난해에 강화된 국제 제재로 수출량의 90% 감소, 석유류 수입의 50% 축소는 아무리 폐쇄적인 북한 경제라 하더라도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아직 북핵 문제 해결의 공과를 따지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이 효과를 봤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북한의 핵능력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누가 미국 대통령이든 최강의 제재 도입과 군사 옵션 거론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은 북한과의 정상회담 추진이라고 할 수 있다. 통상의 경우처럼 실무 협상의 맨 끝에 정상 차원의 담판이 왔다면, 2∼3년이 지나야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평화 정책도 북한의 비핵화 선회 과정에 출구를 제공해 줬다. 만일 우리가 압박 일변도의 대북 정책을 견지했더라면, 제재로부터 탈출하려는 북한은 다른 경로로 미국과 협상하려고 했을 것이다.

다음 주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어떤 의미에서든 4반세기를 끌어온 북한 핵 문제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1945년 핵물질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개발된 대량파괴무기(WMD)를 우리의 분단된 민족인 북한이 손에 넣음으로써, 미국에는 세계 안보 과제, 북한에는 체제의 앞날에 관한 문제, 우리에게는 한반도 평화의 문제로 대두한 것이 2018년의 현실이다. 이제 시작이라는 자세로, 모든 당사자가 미래를 생각하는 큰 틀의 지혜와 용기로 헤쳐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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