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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7일(木)
司法 ‘공든 탑’ 파괴 세력과 대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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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헌법학

지금 대한민국은 북핵·전쟁·평화·통일전망이 착종(錯綜)하는 안보 위기와 청년실업률로 상징되는 경제 위기에 더해 사법부의 붕괴 위기에 맞닥뜨리고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는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체제·법치주의를 견지하며 국민의 역량을 최고로 제고·결집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우리가 남북 체제 경쟁에서 승리하며 세계 경쟁에서 남들이 무시 못할 성공한 나라로 끌어올려 놓았다. 그런데 지금 자해(自害)로 망가지고 말 것인가. 만약 재도약에 실패하면 사법은 재판하는 관료 집단에 불과하게 된다.

그동안 사법부는 이성적이고 정의감 넘치는 판사들이 외부의 압력을 물리치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사법 정의를 수호하는 ‘정의의 전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실현해 왔다. 이 이미지는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체제의 작동에 필요한 정치적 안정과 예측 가능성 담보라는 기능의 관점에서 ‘전관예우’ 등의 마이너스 요소에도 잘 견지해 왔다. 이제 정의의 전당 신화가 자해적 행마로 산산조각 나 버렸다. 정의의 전당 이미지의 구축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 사법 위기 극복의 최종 목표여야 한다. 정의의 전당 이미지의 구축이 실패할 경우 형사사건 외 웬만한 분쟁은 외국으로 나가거나 국제기구·절차를 이용하려 들 것이고, 외국인이나 회사도 우리 법원을 피할 것이다.

정의의 전당 이미지의 붕괴는 현 대법원장 임명의 선례, 선배를 뛰어넘는 ‘코드’ 인사로 시작됐다. 비록 ‘코드’ 인사라도 명문 법대, 사시 합격, 사법연수원의 엘리트 법관 교육·훈련을 받고 다년간의 판사 경력을 지닌 인사이기에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리더십을 이성과 용기로 잘 발휘할 줄 믿었다. 그런데 잇단 진보 소장 판사들의 집단행동에 밀려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없다는 1차 조사에 이어 명한 2차, 3차 조사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거기서 무마되지 않고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전(前) 대법원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교섭 과정에 이용하려던 법원행정처 작성 문건 얘기가 나오면서 도저히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재판 거래설이 퍼져 나갔다.

전 대법원장 고발, 수사 의뢰·촉구, 거론됐던 재판 당사자들의 대법원 건물 점령 항의집회, 진보 판사들의 뒷조사 문건의 공개 요구, 고법부장회의 직전에 나온 98개 법원행정처 문건의 전문 공개 등 정상적인 사법 과정에서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련의 현상이 잇달았다. 즉, 대법원장의 리더십 부재, 판사들의 이념·세대·직급별 내분, 진보 판사들의 인민재판식 적폐 수사 요구, 이에 힘입어 움직이는 대법원장의 행보가 전개되고 있다.

공개된 문건에서 부적절해도 증명된 범법은 없지만, 이번 사태로 재판에는 으레 거래가 개재된다고 믿게 한 사법 불신은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판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된 법관인데 국민에게 알리는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뜻을 관철하는 단체행동과는 어떻게 조화되며 또 대법원장의 하급 법원 판사 전보·승진의 인사권과는 어떻게 조화되는가. 사법부의 입법 정책 추진을 위한 대(對)행정부 로비를 포함해 법원행정 권한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로열’ 코스로 불리는 사법행정처의 보직을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포함해 꼭 판사로 임명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법관 아닌 일반인이나 변호사를 그 자리에 채용하면 안 되는가. 대륙법계 일반에서 하듯이 사법행정을 법무부가 하면 안 되는가.

이러한 질문은 정의의 전당 이미지 구축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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