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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8일(金)
의사들이여, 환자의 말 경청하고 공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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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저자는 현대 의학은 이제까지 외면한 ‘인간’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료사진

- 잃어버린 치유의 본질에 대하여 / 버나드 라운 지음, 이희원 옮김 / 책과함께

- 의사의 감정 / 다니엘 오프리 지음, 강명신 옮김 / 페가수스

현대 醫師 ‘기술자’로 전락
점차 최첨단 의료장비 신봉
치유는 없고 각종 처치 난무
말기 환자 품위도 찾아 줘야

환자상황 충분한 이해 어렵고
격무에 기술적인 처방만 반복
“압박·두려움에 짓눌리기보다
‘적당한 공포’를 받아들여야”


모든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각종 질병에 노출된다. 이런 이유로 예전에는 뭐라 불렀든, ‘의사’라는 직업이 탄생했고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의사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 사라질 직업 중 하나로 의사를 지목하고 있다. 물론 AI 시대 도래 이전, 즉 예나 지금이나 의사에 대한 회의적 시선은 존재했다. 버나드 라운의 ‘잃어버린 치유의 본질에 대하여’와 다니엘 오프리의 ‘의사의 감정’은 의사에 대한 회의적 시선과 그것을 극복할 방안을 담은 책이다.

세계적인 심장 전문의 버나드 라운은 ‘잃어버린 치유의 본질에 대하여’에서 현대의 의사가 ‘기술자’로 전락했다고 일갈한다.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던” 의사들이 점차 의료장비를 신봉하게 된 탓이다. 치유(healing)는 오간 데 없고 각종 처치(treating)가 자리를 대신했다.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의사의 본분인 치료(caring)는 자취를 감추고 관리(managing)가 대세가 됐다. 결과적으로 “고통받는 인간으로서 환자라는 존재는 잊힌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여는 글에서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시한다. “의사들이 과거와 같이 치유자(healer)로 자리매김하려고 노력할 때 현대 의학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

치유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정성껏 병력을 청취하는 일”은 진료 행위 그 이상인데, 궁극적으로 환자와 의사가 “서로 신뢰하는 인간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어떤 환자들은 의사가 그들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고 자신들을 안심시켜주기만 해도 건강을 회복한다”고 그 옛날부터 주장했다.

의사라면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죽음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노년에 이른 환자를 대할 때는 “지식이 아닌 지혜가 더 필요”하다는 말에는, 97세에도 현역 의사로 활동하는 이의 경험과 사상이 녹아 있다. 그는 후배들에게 “의사들은 죽음을 더 인간적이게 하고 말기 환자들이 죽어가는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품위를 되찾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죽음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만의 온전한 몫이지만, 그 과정에서 인격과 품위를 지키도록 돕는 일은 의사이기에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과도 같다.

뉴욕 벨뷰 병원에서 20년 이상 소외된 사람들을 진료해 온 의사 다니엘 오프리의 ‘의사의 감정’ 역시 “서로 공감하지 못하는 의사와 환자”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한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의사와 환자도 서로 이해하고 공감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환자에 비해 “출신 계층의 폭이 좁은 편”인 의사는, 환자의 아픔과 상황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기 어렵다. 의대를 선택할 때는 아픈 사람들을 돕겠다고 생각했어도 격무에 시달리다 보면 환자에게 공감하기보다 기술적인 처치만을 반복한다.

이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의사의 ‘감정’이다. 드러내지 않을 뿐 의사는 “자산의 판단이 타인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압박과 두려움을 갖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환자든 의사든 상황 자체에 짓눌리기보다 “적당한 공포”를 받아들이라고 강조한다. “공포를 잘 인지하고 조절”하는 것이야말로 생사를 다루는 일을 하는 의사의 “건강하고 올바른 의료”이기 때문이다. 매일 얼굴을 맞댔던 환자의 죽음은 “고통과 슬픔”으로 의사를 괴롭히기도 하는데, 이는 다른 환자들의 치료에 영향을 미칠 때가 많다. TV 드라마 속 의사는 냉혈한처럼 그려질 때가 많지만, 작은 실수 하나 때문에 자책하고 수치심을 갖는 의사도 부지기수다.

‘잃어버린 치유의 본질에 대하여’의 저자 버나드 라운은 “의료의 진정한 목적은 환자의 증상 뒤에 숨어 있는 한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말로 ‘환자’에게 다시금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가 하면 ‘의사의 감정’의 저자 다니엘 오프리는 “의사도 사람이다. 그래서 흔들린다”는 명제를 통해 ‘의사’ 스스로 자신의 상황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권한다. 결국 두 사람 모두 현대 의학이 애써 외면하는 ‘한 인간’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모두 100세 시대의 꿈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그런 시대가 저절로 오지는 않을 것이다. 환자와 의사가 아닌 ‘한 인간’에 대한 발견과 애정이 없는 한, 그것은 거창한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다. ‘잃어버린 본질에 대하여’ 468쪽, 2만2000원. ‘의사의 감정’ 326쪽, 1만8000원.

장동석 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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