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 사망 8년 前부터 김정은 후계자로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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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 / 쥘리에트 모리요·도리앙 말로비크 지음, 조동선 옮김 / 세종서적

최근 긴박하게 돌아가는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은 우리가 과연 북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 하는 근본적 물음이다. 1950년 6·25전쟁 이후 지난 68년의 세월은 남과 북을 전혀 다른 세상으로 만들었다. 지리적 단절과 이념적 갈등이 피를 나눈 민족이라는 동질감 대신 불신과 적대감, 이질감만 키웠다.

그동안 언론에 비친 북한의 모습은 ‘비정상’이었다. 항상 비밀에 싸여 돌출행동을 일삼고, 핵개발을 무기로 도발을 서슴지 않는 ‘광기’의 국가였다. 6차 핵실험이 실행된 지난해 9월 남북은 물론 전 세계의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로 치솟았다.

그러나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으로 세계 정세는 또다시 급변했다. 터질 것 같던 전쟁 위기는 하루아침에 평화 분위기로 반전됐다. 이어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종전선언 등이 기대되고 있다. 불과 9개월 전만 해도 꽁꽁 얼어붙어 있던 남북관계가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책이 던지는 100가지 질문은 의미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뉜다.

의미 있는 것들은 한반도의 이해관계에서 한 발짝 떨어진 프랑스 출신의 저자들이 객관적 시각에서 분석한 북한의 실체다. 23번째 질문 ‘김정일은 어떻게 자신의 후계를 준비했을까’에서는 김정은이 돌연 부상한 후계자가 아니라 김정일이 사망(2011년 12월)하기 8년 전부터 준비된 지도자였음을 말하고 있다. 정권 교체를 위한 이데올로기적 측면은 2003년부터, 실질적인 권력 이동은 2009년부터 진행됐다는 것이다.

또 35번째 질문 ‘핵 위협의 이면에 평양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에서는 북한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게 미국과의 양자 대화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저자들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6자 회담의 원칙은 결코 수용한 적이 없었으며, 포스트 냉전 전략에서 항상 미국과 직접 대화하려 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어 지난 20년 동안 변하지 않은 북한의 입장은 미국에 의한 체제 인정, 한반도 평화협정 조인, 민간 핵 개발 보장, 미국과의 불가침 협정이라고 주장한다. 지금의 정상회담 협상 과정에서 핵심 과제로 지적돼온 것과 동일하다.

반면 이 책은 2016년 출간됐다는 점에서 그동안 급변한 남북관계를 진단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저자들은 지난 15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합리적 해답을 도출하고 있으나 몇몇은 이미 ‘유효 기간’이 지나버렸다. 대표적인 게 68번째 질문 ‘통일은 가능할까’에 대한 해답. 저자들은 “2012년 권력에 등극한 김정은은 더욱 공고해져 별개의 실체임을 표방하고 있고, 서울은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보수 대통령의 통치로 북과의 최소한의 대화조차 철저히 배격했다”면서 “그러므로 먼 전망이지만, 향후의 평화협정이나 실현 불가능한 비핵화라는 통일의 관건은 유토피아보다 힘든 하나의 이상”이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틀렸다. 지금 우리는 실현 불가능할 것 같았던 북한의 비핵화를 논하고 있고, 유토피아보다 힘들 것 같았던 통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336쪽, 1만7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