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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8일(金)
내일 숨이 멈춘다해도… 책을 놓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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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이자 비평가인 클라이브 제임스는 책은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출입구마다 달린 거울의 전시장이라고 했다. 독서란 그 미지의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AP 연합뉴스

- 죽음을 이기는 독서 / 클라이브 제임스 지음, 김민수 옮김 / 민음사

시한부 선고 받은 濠 비평가
막연히 죽음을 기다리느니
독서하며 삶을 즐기자 다짐

헤밍웨이·콘래드 작품부터
히틀러·할리우드 비화까지
책에 대한 애정 엿볼수있어


호주 출신의 작가이자 번역가 겸 비평가인 클라이브 제임스는 2010년 백혈병 확진과 함께 폐가 망가져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는다. 병원 문을 나서는 그의 귀에, 재깍재깍 남아 있는 시간이 지나가는, 시계 초침 소리가 들렸다. 책을 쓰고 읽는 것이 그의 직업이자 생활이라지만, 이렇게 된 마당에 책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지만 곧바로 자리를 보전해 병상에 눕지 않고, 자신의 두 다리로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 몸 상태가 나아지자 그에게 ‘나중에’라는 말이 가슴 사무치게 다가왔다. 자기 삶에 ‘나중에’란 불확실하니 모든 일은 지금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책에 적용하자면, “불이 언제 꺼질지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다면, 불이 꺼질 때까지 책을 읽자”였다.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고개를 들자 책을 사고 싶은 욕구도 슬슬 올라왔다. 그는 매주 새로운 책들을 쇼핑용 비닐봉지에 한가득 사 들고 왔다.

자신이 떠나고 나면 가족에게 짐이 될 책을 정리하고 팔아도 여전히 수천 권에 이르는 책들이 꽂혀 있는 서가 사이를 어슬렁거리면서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미쳤지, 내가 미쳤어.” 하지만 그는 미쳤다기보다 마지막 도착 지점을 눈앞에 두고서야 알게 된 진실을 받아들였을 뿐이다. “사라져야 할 시간이 가까워진다고 해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싶은 아이 같은 충동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책 ‘죽음을 이기는 독서’는 그가 지난 몇 년 동안 모든 것을 알고 싶은 아이 같은 충동으로, 자신의 인생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고 열중해 읽은 책에 대한 글을 묶은 것이다. 그가 읽은 책들은 특별한 순서 없이 아주 심각한 책과 얼핏 시시해 보이는 책들 사이, 이전에 읽었던 책들과 이제까지 읽지 못했던 책 사이를 오간다. 스스로 문학적 우상으로 꼽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에 대한 글들, 대학 시절 지루하게 읽었던 기억과 달리 새로운 각도로 보니 흥미로운 조지프 콘래드, 자신의 병을 알게 된 뒤 책 읽기를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하던 그에게 책에 대한 애정을 다시 일게 한 패트릭 오브라이언, 그가 여행할 때면 언제나 갖고 다녔던 셰익스피어, 그리고 문학·에세이와 학술의 경계를 오가는 쉽지 않은 W G 제발트의 책들. 2차 세계 대전과 히틀러, 현대 미국 정치, 할리우드 뒷이야기를 앞세운 책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한다. 다만 그가 읽은 책, 작가, 시인 중에 우리 독자에게 낯선 이들이 꽤 많다는 점은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의 중심은 저자가 어떤 작가, 어떤 시인, 어떤 책을 읽고 구체적으로 어떤 리뷰를 했는지보다는 삶의 끝 지점에 이른 독서광이 보여주는 책에 대한 애정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 한 누구도 자신의 최후를 알기 어렵다는 그는 막연히 죽음을 기다리느니 그동안 책을 읽으며 삶을 즐기겠다고 말한다.

그는 시간이 갈수록 더더욱 ‘책의 힘’을 강하게 느낀다며, 결국 그 힘으로 우리는 지금 여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책의 힘이란 결국 생각하게 하는 힘이다. 실제로 당신은 책을 집어 들 때 그 힘을 느낄 수 있다. 책들은 공동묘지가 아니라,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출입구마다 끝없이 달린 반짝거리는 거울의 목가적 전시장이다. 그 미지의 세계가 캄캄해 보이는 이유는 단지 우리가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지식을 더 늘리려 하지 않지만 바로 그 지식이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188쪽, 98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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