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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Focus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8일(金)
수니파 국가들, ‘이란 압박’ 美에 동조… 종파·득실따라 쪼개진 中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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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이란 vs 이란’ 헤쳐모여… 중동 혼돈 가속

#1. 꼭 한 달 전인 지난 5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5년 7월 어렵게 체결한 협정을 3년 만에 일방적으로 깬 셈이다.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미국의 탈퇴에 이란은 물론, 함께 협정에 서명한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이 모두 반대했다. 유럽연합(EU) 28개국 정상들은 같은 달 16일 열린 정상회의에서 협정 준수를 결의하고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페르시아만) 지역 아랍국들은 오히려 미국의 탈퇴에 환호했다. 사우디는 이란이 핵 개발에 나서면 자신들도 핵 보유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아랍에미리트(UAE)는 핵협정 탈퇴 후 미국의 첫 이란 제재에 협조하고 나섰다.

#2.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인 같은 달 14일 데이비드 프리드먼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예루살렘 남부 아르노나(Arnona)에서 새 대사관 개관을 선언했다. 같은 날 팔레스타인 접경지역 가자지구에서는 미국대사관 이전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이스라엘군이 발포해 60여 명이 숨지고 2700여 명이 다치는 참극이 벌어졌다. 사망자 8명은 어린이, 그중 한 명은 생후 8개월 아이였다. 즉시 유럽 등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형제국’ 중동 국가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중동의 맏형을 자처하는 사우디는 하루 뒤에야 성명을 내 미국대사관 이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몇몇 다른 중동국가들도 비판 성명을 냈지만 실효성 있는 행동은 없었다.


美 이란核협정 탈퇴 일방주행
‘이 대사관 이전’ 팔 궁지 몰아

‘이슬람의 敵’이스라엘에 수혜
美 등에업고 세력키우기 공세

사우디 등,시아파國 이란 제지
적국 이스라엘과 손잡기 모색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
‘시아파 초승달 벨트’ 굳건히


최근 몇 년간 중동의 가장 큰 위협요인이었던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세력을 잃으면서 시리아내전 등 크고 작은 불안요소에도 불구하고 중동에 잠시나마 평화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그동안 중동 평화의 중재자였던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이란 핵협정 탈퇴 등 국제 여론을 아랑곳하지 않는 편파적 정책을 들고나오면서 오히려 중동 정세를 뒤흔들고 있다.

◇공공의 적 이란에 맞서라 = 중동에서 미국 우선주의, 일방주의로 풀이되는 ‘트럼프 독트린’의 최대 수혜자는 이스라엘이다. 트럼프 대통령 사위이자 선임보좌관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중동정책 담당관, 제이슨 그린블랫 백악관 국제협상 특별대표, 데이비드 프리드먼 대사 등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정책을 장악한 유대계 인사들을 등에 업고 숙적 이란, 눈엣가시 팔레스타인 등을 거침없이 몰아붙이고 있다. 미국대사관 이전으로 사실상 예루살렘을 수도로 인정받아 해묵은 숙원을 해결한 데 이어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실탄·최루탄 사격을 가해 6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최대 적대세력인 이란의 핵 개발 의혹을 제기하고 시리아 내 이란혁명수비대(IRGC) 기지를 공격하는 등 미국을 등에 업고 전면 공세를 벌이고 있다.

미국의 태도 변화와 함께 중동 정세를 혼돈으로 몰고 온 또 다른 원인은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의 ‘변심’이다. 중동지역 대표적 친미국가지만 이스라엘과 아예 외교관계가 없을 정도로 그동안 팔레스타인 문제 등에서는 누구보다 앞장섰던 사우디는 시아파 이란의 점증하는 정치·군사적 영향력 확대에 맞서 이슬람에서 금기시됐던 이스라엘과의 협력까지 모색하고 있다. 오랜 종파 갈등에다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의 탄도미사일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확신하는 만큼 ‘적의 적’ 이스라엘과 손을 잡더라도 이란을 압박하는 것이 최우선 정책 순위다.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를 두 손 들어 환영한 것은 물론, 이란이 핵 개발을 재개할 경우 자신들도 핵무기를 만들 준비가 됐다고 밝히며 대이란 비난, 제재에 앞장서고 있다.

사우디와 함께 중동 내 미국의 대표적 우방으로 꼽히는 이집트 역시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후 이집트 정부는 “미국 및 국제사회의 우려를 이해한다. 이란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협정 의무를 준수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3월 대선에서 승리한 군부 출신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위해 미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미국대사관 이전 직후에도 정부 차원의 비판 성명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외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라마단 기간(5월 17일∼6월 15일) 동안 “형제들의 짐을 덜어주겠다”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연결된 국경을 개방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해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등 나머지 걸프 지역 수니파 국가들 역시 사우디와 보조를 맞추며 대이란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너비 50㎞의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 이란과 마주 보고 있는 UAE는 1970년대부터 인근 3개 섬을 두고 영토분쟁을 벌이는 등 이란을 자국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간주하고 있다. 자국 내 주둔 중인 1700여 명의 미군 병력이 핵심 안보자산으로 미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이란 핵협정 탈퇴 후 첫 제재에 나설 때도 함께 제재에 동참했다. 바레인 역시 5월 이스라엘의 시리아 내 이란 군기지 공습 당시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한다고 밝혀 ‘적과의 동침’을 시사했다. 반면 수니파 국가지만 이란과 가까운 카타르는 지난해 6월 테러조직 지원, 이란과의 우호 관계 등을 이유로 사우디, UAE, 바레인, 이집트로부터 단교를 당한 상황이다.

◇이교도 미국, 이스라엘에 맞서라 =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비롯해 이스라엘, 사우디 등이 일제히 ‘이란 죽이기’에 나섰지만 1979년 주이란 미국대사관 점거 이후 30여 년간 미국 등 서방의 경제 제재를 버텨온 이란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초승달 벨트를 굳건히 하고 유럽 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통해 제재를 정면돌파한다는 전략이다. 경제 제재 중에도 이란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민병대를 보내 이라크를 자신의 세력권에 편입시키고 2010년대 초반 아랍의 봄 봉기가 시리아, 예멘을 강타하자 현지 무장조직 지원으로 군사 네트워크를 강화한 바 있다. 현재는 시리아내전 장기화를 틈타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는 군사적 인프라를 구축한 상태로 이스라엘과 전면전은 아니어도 확전 가능성이 있다.

시리아는 수니파가 인구의 70% 가까운 다수지만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속한 알라위파는 시아파에 속한다. 이 때문에 2011년 내전이 시작된 이후 시리아 정부군은 시아파 종주국 이란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 러시아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최근 정부군이 7년 만에 수도권을 모두 탈환하고 수니파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반군은 무장투쟁 중단을 선언하며 백기투항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4월 화학무기 사용 등을 이유로 미국과 프랑스, 영국이 공습을 재개하는 등 내전의 끝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 시리아를 무대로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레바논은 5월 9년 만에 실시된 총선에서 이란과 가까운 헤즈볼라와 동맹그룹이 전체 의석 128석 중 과반인 70석 이상을 확보했다. 하지만 미국은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최근 지도부 인사들을 제재 대상에 올리는 등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라크 역시 5월 치러진 총선에서 강경 시아파 성직자 무끄타다 알사드르가 이끄는 행군자 동맹(알사이룬)이 최다득표를 기록했다. 알사드르는 반미주의자인 동시에 반이란주의자로 평가돼 향후 행보가 관심을 끄는 가운데 이라크 총선 결과는 조작 논란에 휩싸여 수작업으로 재개표 후 확정 예정이다.

◇전쟁과 평화, 중동의 미래는 = 중동정세를 뒤흔드는 요인에는 지역 각국의 이해관계 대립과 함께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와 주이스라엘 대사관 이전으로 대표되는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중동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다니엘 아르베스 제린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지난 5일 ‘트럼프는 중동의 그랜드 전략을 추구하는가’라는 제목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미국의 정책을 “기존 정설을 무시한 전략을 통해 미국과 유럽에 대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를 막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초승달 벨트 연합에 대항하는 이스라엘과 수니파 이슬람 국가의 연대 행동을 조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정책은 이란의 지역 패권 장악을 두려워하는 중동 국가를 한데 묶어 지역 균형을 추구하고 테러를 방지한다는 구상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정책은 결국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이어지고 또 한 차례 중동전쟁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분석도 팽배하다. 사우디 국영방송 알아라비야는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은 만약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과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이 발발하면 이슬람 깃발 아래 똘똘 뭉쳤던 중동 국가들은 지금 종파 간, 세력 간 이해다툼으로 사분오열된 상황에서 미국의 새로운 중동정책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는 시계 제로의 신 중동 정세를 펼치고 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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