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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8일(金)
골프와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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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처럼 모든 순간은 변하고 있다. 마음도 변하고 환경도 변하지만 생각은 언제나 처음처럼이어라. 2018년 작. 김영화 화백
‘트러블 메이커’라는 별명을 지닌 A가 있다. 그는 “남자가 그것밖에….” “여태껏 살면서 그것밖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과 갈등을 빚곤 한다. 특히 그와 골프장에 가면 팀 중 한 명은 싸우거나 다시는 골프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OB가 나면 “골프를 20년 한 사람이 아직도 방향성도 못 잡느냐”며 자존심을 건드린다. 더블보기라도 하게 되면 “그렇게 골프 하면 돈이 아깝지 않으냐”고 빈정거린다. 라운드 스코어가 좋지 않으면 “지금까지 돈 들인 게 아깝다”고 자극한다. 더 황당한 것은 그렇다고 본인이 골프를 잘하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스코어가 좋지 않거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엄청나게 화를 내곤 한다.

A가 습관적인 마찰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에게 남보다 더 심한 욕심이 내재돼 있어서다. 남보다 더 가져야 하고, 남보다 더 잘 쳐야 한다. 한마디로 지나친 욕망이다. 골프가 어디 욕심만 가지고 좋은 결과를 내는 스포츠인가. “드라이버 잘 친 다음 샷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감추어진 욕망을 질타하는 뜻이다. 드라이버 샷이 OB가 난 뒤에 멀리건 샷을 주면 결과가 좋은 경우가 많다. 퍼팅한 후 실패했을 때 다시 연습 퍼팅을 하면 홀인 시키는 확률이 더 높아진다. 이유는 단 하나다. 다시 하는 샷은 실제 플레이와 관계가 없기에 인간의 욕망, 즉 욕심이 빠져 있다.

골프는 욕심을 부리는 순간 스윙 밸런스가 무너지고 갑자기 심한 힘을 쓰게 된다. 욕심보다는 스탠스가 잘됐는지 어깨의 힘이 빠져 있는지를 먼저 체크해야 한다. 욕심이 들어가면 모든 스윙은 빨라지고 힘이 들어간다. 결국 리듬이 깨져 오히려 원하는 스코어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런 욕심으로 바라보니, 그에겐 동료 골퍼가 당연히 못마땅하게 여겨질 것이다.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이 있다. 술잔에 술이 70% 이상이 채워지면 모든 술이 다 밑으로 흘러내리게 만든 잔이다. 우리 선조들은 계영배를 통해 과욕을 경계하고자 했다. 인간의 욕망은 70%가 채워지면 된다. 하지만 나머지 30% 이상을 더 채우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오히려 모든 것을 잃는 경우가 많다.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다. 새 가마니보다 헌 가마니가 더 많이 채울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욕심은 끝이 없고 많이 보유한 사람이 더 가지려고 한다. 골프를 하면서 어떤 날은 100개도 치고, 어떤 날은 70개도 칠 수 있음을 받아들이면 된다. 그런데 100개 치는 날은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느냐며 화를 내고, 주변 사람들까지 불편하게 만든다. 골프장은 욕심과 성적을 채우러 가는 곳이 아니다. 골프장은 아름다운 자연에서 나를 비우고 오는 곳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행복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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