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실업 위기 임박’ 경고에 文정부 지지자도 동의 많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제’ 쓴소리… ‘실시간검색 1위’ 올랐던 김태기 교수

“최저임금 인상·근로 단축 여파
시차 두고 충격 등 지적한 것…
네티즌 뜨거운 반응 깜짝 놀라”

지난달 31일 오전 한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 1위에 이례적으로 경제학자의 이름이 올랐다. 김태기(62·사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대량실업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한 사실에 대해 네티즌들의 시선이 꽂혔기 때문이다. 김 교수도 놀랐다. 김 교수는 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문제에 이렇게 네티즌들이 뜨겁게 반응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지만, 동의한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경제는 이념과 정파를 넘어선 현실의 문제이고, 자기 생존의 문제”라며 “누군가 말해야 하는데도 아무도 말하지 않고 있는 점 때문에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인터뷰에서 “미국 등 선진국에서 경기지표로 가장 많이 보는 부문은 고용인데, 우리는 장기실업자가 50% 늘었고 구직 단념자는 12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며 “경기가 밑바닥이고 특히 취약계층이 어렵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의 여파는 시차를 두고 전달되기 때문에 충격이 앞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지적한 김 교수는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소득이 줄어 내수가 어려워지는 데다 반도체 부문에 ‘중국 쇼크’가 닥치면 ‘수출절벽’까지 겹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쓴소리를 내놨다. 김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라며 “혁신을 통해 파이를 키워 소득을 높여야 한다는 게 경제학자로서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상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정책 협상의 무대가 기울어 있다”며 “경제 참모 간 견해가 다를 수 있는데, 대통령은 여러 견해에 충분한 기회를 주고 협상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부터 미시경제학·거시경제학·노동경제학·협상 이론 등 강의를 직접 촬영해 SNS에 올리고 있다. 영상을 보고 감사의 글을 남기는 ‘수강생’들 역시 대학생부터 중·노년층까지 다양하다.

김 교수는 “경제학의 기본을 공유하면 거래비용과 갈등이 줄지 않을까 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올렸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협상 이론 강의의 사례는 북핵 문제부터 한국지엠 사태까지 다양하다. 김 교수는 정부의 북핵 협상 기조에 대해 “우리는 중재외교라고 하지만, 중재의 뜻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제3자가 아니라 당사국인데 마치 미·북의 가운데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어, 나중에 어떤 합의가 나오든 불리함을 자초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