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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살며 생각하며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8일(金)
인문학 2.0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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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장

대학서 환영 못 받는 인문학
사회선 일반 시민 사랑 넘쳐

고령화사회 대비 평생교육
복지 서비스 차원에서 필요

대학의 ‘인문 기획관’ 양성
체계적인 강좌 개설 필요해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은 상반된 두 가지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학에서 인문학과는 인기가 없다. 인문학과는 학생이 잘 지원하지 않아 대학의 구조조정에서 통폐합 대상이 되고 있다. 머지않아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 인문학과가 모두 사라져서 관련 학문의 연구가 질적으로 떨어지거나 아예 힘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사회에서 인문학은 많은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서 인문학 강좌를 운영할 때 동서양 고전, 문화와 생활 분야의 역사, 언어와 여가 분야의 주제는 빠짐없이 개설되며 또 참가자의 호응을 받는다.

두 가지 현상은 상반되기도 하고 역설적이기도 하다. 인문학이 대학에서 환영받지 못하지만, 사회에서 환영받는 점에서 상반된다고 할 수 있다. 또, 같은 인문학을 놓고 상반되는 결과가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두 현상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면 역설의 정도가 더 깊어진다. 예컨대 교육부의 ‘인문도시’나 문화체육관광부의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면 많은 시민이 인문학 강좌를 듣고서 인생을 돌아보게 됐다며 좋아하고, 또 각종 강좌에 계속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호응이 대학 인문학과의 운명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예상할 수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하나의 인문학을 두고 왜 이렇게 상반되며 역설적인 현상이 생겨날까? 첫째, 인문학은 전공을 해도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문학을 배우더라도 졸업 이후에 사회에서 활용할 분야가 없다는 말이다. 이 이유가 맞는다면 인문학이 취업의 진로를 찾지 못하는 한 대학의 구조조정 대상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둘째, 인문학은 배우면 좋지만 제대로 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학문 중에서도 그 역사가 가장 오래된 탓에 알아야 할 내용이 많아 짧은 시간에 제대로 배울 수 없다는 말이다. 이 이유가 맞는다면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여유가 있는 사람만 인문학을 배울 수 있다. 셋째, 사회의 인문학 강좌는 알고 싶은 걸 다루지만, 대학의 인문학은 몰라도 되는 것까지 가르치기 때문이다. 양자는 하나의 인문학이라 하더라도 접근 방법이 달라서 접점이 없다는 말이다. 이 이유가 맞는다면 양자의 엇갈리는 운명은 극복되기 어렵다.

더 많은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이 세 가지만으로도 인문학의 운명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 공부를 자신의 성공 요인으로 꼽은 적이 있다. 그리하여 인공지능(AI)과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인문학이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고 창의적인 사고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앞으로 주목을 받으리라 예상되면서 한때 인문학 부흥론이 회자된 적이 있다. 그러한 이야기가 돌기는 했지만, 현실에서 바뀐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인문 기획관’을 키워서 ‘인문학 복지 서비스 2.0 시대’를 연다면 현재 위기에 처한 인문학의 앞길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회에서 개최되는 인문학 강좌는 인기를 누리기도 하지만 사실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인문도시 종로를 비롯해 시민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면 칭찬도 받지만 새겨들을 비판도 적지 않다. 초보적인 이야기를 다뤄 인문학에 관심을 갖게 할 수는 있지만, 깊이가 없어 아쉬움이 많다고들 한다.

또, 주최 기관은 다르지만 다루는 주제가 엇비슷해 강연회에 몇 번 참가하다 보면 막상 들을 강좌가 그리 많지 않다고들 한다.

지금까지 사회의 인문학 강좌는 대학의 울타리를 벗어나 일반 시민과 만나는 접촉면을 넓혔다는 점에서 1.0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인문학은 고령화사회를 맞이해 평생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 이전엔 자치단체나 공공 기관이 자체적으로 인문학 강좌를 실시해왔다면, 앞으론 국가가 복지 서비스 측면에서 인문학 평생교육을 해야 한다. 국가가 생계와 취업을 지원하는 물질적 서비스나 질병의 치료를 보증하는 의료 서비스만큼이나 20대의 최종 교육 이후에 다변화하는 정보화사회와 심화하는 고령화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인문학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인문학이 복지 서비스의 일환으로 보편적으로 정착되면 그 효과는 대학 인문 교육의 정상화만이 아니라, 창의적 사고와 성찰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다. 이를 ‘인문학 복지 서비스 2.0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인문학 복지 서비스 2.0 시대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인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순환 보직의 실무 담당자가 인문학 강좌 1.0시대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한계는 분명하다. 대학에서 특정 교육 과정과 현장 실무를 요건으로 해 ‘인문 기획관’을 양성해 공공 기관에 취업하게 한다면 강좌의 개설과 운영은 지금보다 훨씬 체계적이어서 참여자의 만족도를 높일 것이다. 나아가 인문학의 낮은 취업 문제도 해결되고 인문학과 현실의 접목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인문 기획관이 인문학 복지 서비스 2.0시대를 열어간다면 낙후된 도시의 재생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적은 비용으로 낙후된 지역에 교육 시설을 개관해 인문학 복지 서비스 2.0 시대를 여는 기지로 삼는다면 찾아오는 시민과 함께 도시가 골고루 활기를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인문학은 정부의 재정 지원에만 목을 맬 게 아니라 시민과 함께 하는 길을 통해 부활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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