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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8일(金)
빨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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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갱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홍준표’와 ‘빨갱이’가 혼합된 말로, 북한 노동신문이 홍준표 대표를 비난하기 위해 만든 여러 별칭 중의 하나라고 한다. 홍준표 대표가 선거전에서 이른바 ‘빨갱이 장사’를 한다고 하여 그렇게 비아냥댄 것이다. 순혈 빨갱이가 스스로 ‘빨갱이’라는 말을 들고나온 것이 좀 우스꽝스럽다.

‘빨갱이’는 본래부터 ‘공산주의자’를 가리키던 말이 아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빨갱이’라는 어형으로 존재한 것도 아니다. 처음에는 ‘발강이’였고, 이것이 ‘빨강이’를 거쳐 ‘빨갱이’로 변한 것이다. ‘발강이’는 ‘발강’에 접미사 ‘-이’가 결합된 어형이고, ‘발강’은 형용사 어간 ‘밝-’에 접미사 ‘-앙’이 결합된 구조이다.

‘빨강이’나 ‘빨갱이’는 본래 ‘빨간색의 대상’이나 ‘얼굴색이 빨간 사람’을 지시했다. 20세기 초에 나온 소설이나 신문을 보면, 빨간색의 ‘꽃’을 ‘빨강이’라 하고 있으며, 다혈질의 시뻘건 얼굴을 한 사람을 ‘빨갱이’라 하고 있다. 그런데 ‘큰사전’(1950)에는 ‘빨강이’만 올라 있으며, 이에는 ‘빨간빛의 물건’이라는 의미만 달려 있다. 사전이 당시 ‘빨강이’의 현실 용법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 ‘빨강이’나 ‘빨갱이’는 ‘공산주의자’라는 의미로 변한다. 이러한 의미의 ‘발강이’나 ‘빨갱이’가 1948년 문헌에서 처음 발견된다. 물론 의미 변화는 이보다 조금 앞선 시기부터 진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공산주의자’라는 의미를 띤 것은, 공산당의 혁명기가 빨간색이어서 이 색이 공산주의를 상징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사전의 ‘빨강이’에는 ‘빨간빛의 물건’이라는 의미만, ‘빨갱이’에는 ‘공산주의자’라는 의미만 달려 있다. ‘빨강이’와 ‘빨갱이’에 의미 분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얼굴색이 빨간 사람’이라는 의미를 반영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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