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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종호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8일(金)
‘원님재판’ 떠올리게 하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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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완장 세력’ 일각의 영웅 행세
안보 危害 사범도 양심수 둔갑
善과 惡 구분조차 제멋대로

‘재판 거래’ 프레임부터 잘못
모든 재판 再審 요구까지 자초
빨리 이성 되찾아 國基 지켜야


진보 좌파 성향의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직·간접적 ‘완장(腕章)’을 찬 세력 일각의 볼썽사나운 행태가 갈수록 가관(可觀)이다. 서울 도심을 무법천지화한 불법 시위 주도 혐의로 대법원에서 확정된 3년 징역형을 살다가 지난달 21일 가석방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영웅’으로 떠받드는 것도 그런 예다. 형기 만료 6개월을 남긴 그의 가석방 제1성(聲)이 “동지들과 함께 또 머리띠를 동여매겠다”였다. “이 땅의 노동자 계급이 더 이상 정치꾼들의 들러리 아닌, 세상을 바꾸는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통 크게 해보겠다”고도 외쳤다. 그가 이끈 12건의 폭력 시위 중 가장 극렬했던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관 90명을 다치게 하고, 경찰 버스 52대를 부순 것도 ‘작은 전과(戰果)’로 여기는 셈이다.

지난달 31일 ‘석방 환영식’에서도 그는 ‘정의(正義)의 사도’처럼 행세하고, 칭송됐다. 그 자리의 200여 명은 현직 민주노총 위원장의 “한상균은 무죄다” 선창을 일제히 복창했다. 전교조 위원장은 ‘나의 새벽은 오롯이 한상균 것이었다. 이불을 정돈하고 연주를 손에 들고 내 님 만나듯이 그가 갇힌 옥방을 섬겼다’ 운운의 낯뜨거울 법한 자작시도 낭송했다. 한 전 위원장은 “통일을 위해 투쟁했던 양심수들과 노동자 기본권을 위해 투쟁하다 구속된 노동자들이 1000명이 넘을 것”이라며 “사면하지 않으면 촛불 정부의 책임 방기”라고 문 정부를 으르기까지 했다.

국가 안보 위해(危害) 사범까지 양심수로 둔갑시키는 이들은 유죄와 무죄, 선(善)과 악(惡)을 가르는 기준부터 자의적(恣意的)이다. ‘내 편’은 불법(不法)을 저질러도 무죄이고, 선이라는 식이다. 자신들에 대한 유죄 선고는 되레 범죄로 치부하다시피 한다. 이런 행태는 조선왕조시대 ‘원님재판’을 떠올리게도 한다. 문 정부 출범에 기여해 지분을 가진 것으로 여기는 완장들이 공론의 장(場) 등에서 현대판 원님재판을 하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사극(史劇) 등을 통해 묘사돼온 원님재판에선 ‘완장’에 해당하는 고을 수령인 원(員)이 수사·기소·재판 모두 제멋대로 한다. 붙잡혀온 사람은 범법자가 아니라, 원의 비위를 거슬렀거나 반대편이어서 ‘미운털’이 박혔기 십상이다. 원은 불문곡직(不問曲直) “네 죄를 네가 알렷다!” 하고 호통치며 윽박지른다. 피투성이가 될 만큼 곤장을 치고 옥에 가두는 것은 이미 정해진 순서다. 증거를 따지는 일도, 억울하다는 합리적 호소도 통하지 않는다.

‘사법의 난(亂)’으로까지 일컬어지는 ‘둘로 쪼개진 법원 사태’에서도 법관 일각은 본질적으로 완장들의 원님재판과 다르지 않은 유(類)의 행태를 보인다. ‘재판 거래’ 프레임부터 결론을 예단하게 하는 것으로, 자의적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의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며, 청와대·법무부·검찰 등의 동의·협조를 얻기 위한 설득·로비 방안을 문건으로 작성한 일이 졸렬·구차하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행되지도 않았고, 재판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 정부가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끌던 단체 소속 법관이 다수 포함된 특별조사단이 “형사처벌할 사안은 아니다”고 결론을 발표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도 김 대법원장은 ‘특조단에 전권(全權) 위임’ 공언을 뒤집으며 “고발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진보 성향의 소장 판사들이 ‘재판 거래’를 단정하며, 양 전 대법원장의 검찰 고발을 집단적으로 잇따라 촉구한 것도 김 대법원장의 그런 처신과 무관할 리 없다. 특조단장이 당초 입장을 바꾼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 식이니, “양 대법원장 시절의 모든 사건을 재심(再審)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온다. 최종심인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복(不服)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형국이다. 전교조가 법외노조 판결에 대해 ‘양승태 대법원과 청와대의 결탁’ 취지의 주장을 펴며 “문재인 청와대가 나서서 법외노조 조치를 당장 취소하고, 국가가 전교조 피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한 것은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내란 선동으로 9년 징역형을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두고도, 일각에선 “청와대와 대법원의 물밑 거래, 조작 사건이 분명한데 아직 감옥에 있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즉각 석방’을 외친다. 완장들의 원님재판 식 행패가 만연하면, 국기(國基)까지 무너진다. 빨리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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