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 ‘징계 쇼크’…“직권남용 대신 직무유기 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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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정부 국정교과서 추진했다 처벌 … 자괴감에 빠진 공직사회

“열심히 일했는데 적폐” 허탈
정권 바뀌면 또 징계 받을라
‘복지부동’확산 업무저해 우려

위법명령 不服가능 입법 예고
인사혁신처 방안 실효성 의문

박근혜 정부가 ‘기획·감독’을 하고 교육부는 손발 역할을 하면서 ‘시대착오적 역사교육 농단’으로 결론을 낸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건 조사가 공직사회에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검찰 수사와 징계 대상에 포함된 교육부와 산하기관 직원들의 경우 청와대와 장관 등 엄격한 권부, 고위 상급자의 지시를 거스를 수 없어 ‘성실복종 의무’를 다했을 뿐인데 정권 교체 후 하루아침에 적폐 대상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징계 대상을 중·경으로 구분하고 재발방지책을 강구 중이라고는 하지만, 공직 내부에서는 오히려 복지부동과 눈치 보기를 심화시켜 소신 있는 업무 추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다. 현 정부의 국정 과제가 만약 추후 ‘직권남용’ ‘위법’으로 결론이 날 경우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교육부는 8일 역사교과서 진상조사 완료 방침을 발표하면서 교육부 5명, 소속기관 1명을 대상으로 인사혁신처에 징계를 요구하고 또 다른 교육부 관련자 8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징계 범위와 관련,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중·하위직보다 고위 공직자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은 사실을 강조했다.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위법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했던 사정을 참작하겠다는 의미다. 연장 선상에서 교육부 관계자는 “공정하지 않은 정책과 정의롭지 못한 제도, 관행을 바로 잡는 데 조사의 목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공직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주요 정책이란 건 전·현 정권을 떠나 시간을 두고 연장 선상에서 지속해서 추진됐던 것도 많은데 예전에 열심히 한 일을 두고 지금 와서 적폐라고 하면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청사의 한 공무원은 “그런 상황에서 직권남용으로 몰린다면, 차라리 직무유기를 택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자괴감을 토로했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직무유기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게 돼 있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인사혁신처는 국가공무원법 제57조에 명백히 위법한 지시·명령에 대한 불복 가능성 및 불이익 금지를 명시하는 내용을 입법 예고했다.

김 부총리도 “위법한 지시에 정당하게 저항하고 구성원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에 교육부가 앞장서겠다”고 했다. 정권 뜻에 맞춘 ‘영혼 없는 공직자’를 막겠다는 것인데, 법적으로 시비가 있을지 최초 명령 시 판단이 쉽지 않고 구설에 휘말리면 그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하는 현실을 볼 때 실효가 있을지 의문도 제기된다.

중앙부처의 한 관계자는 “위법한 지시라고 해도 현실적으로 거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일이 벌어지면 위에서는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할 가능성이 크고 결국 증거가 없어 행위자가 가장 무거운 징계를 받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이민종·이해완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