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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8일(金)
근로시간 단축으론 일자리 못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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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바른사회 공동대표

오는 7월 1일부터 상용 근로자 300인 이상인 기업은 주당(週當) 최대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해야 한다. 지난 2월 국회가 이러한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법이 발효되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 어젠다다. 근로시간 단축의 논거는 견고하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노동생산성을 높이거나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하지 않고 기존 인력의 근로시간을 늘림으로써 생산을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는 기존 생산 관행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 당국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치명적인 인식 오류를 범하고 있다. 불경기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동료의 해고를 막을 수 있다. 예컨대, 5명 중 1명을 줄여야 하는 경우 5명이 근로시간을 20% 줄이면 5명 모두 일자리를 보존할 수 있다. 하지만 근로시간을 단축한다고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일자리는 일감이 있어야 만들어진다. ‘분배할 임금 총액’이 같기 때문이다. 2명이 하면 충분한 일을 3명이 한다면 3자리 모두 불완전한 일자리가 된다. 분자(임금총량)는 그대로인데 분모가 커졌으니 불완전한 일자리다.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분배할 임금총액, 즉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부가가치를 늘려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건 불가능하다.

근로시간 단축은 사용자의 부담을 늘려 고용을 줄이고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소득이 줄어드는 악성 규제가 될 공산이 크다.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근로소득의 일정 부분을 잔업수당에 의존해 온 생산직 근로자는 줄어든 임금의 일부분을 ‘보전해 줄 것’을 요구할 것이다. 기업주로선 그만큼 추가 부담이 된다. 설령 기존 근로자의 추가 보전 요구가 없다 하더라도, 절약되는 잔업수당만으론 신규 고용이 어려우므로 기업주는 그 차액을 부담해야 한다. 두 경우 모두 사용자 부담을 키운다. 근로자의 소득 감소는 자명하다. 잔업수당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에 불만 요인이 될 수 있다.

소비자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돼야 하는데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피서철 고속버스 예약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집중 근로를 해야 하는 계절 상품의 생산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의 또 다른 논거로 우리나라의 장기 근로시간이 지목된다. 하지만 근로시간이 긴 것은 정규직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파트타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많은 회원국처럼 정규직으로 분류되면 우리나라의 연 평균 근로시간도 크게 짧아진다.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의 논거가 될 수 없다.

근로시간을 포함한 근로조건은 노·사 간 ‘사적 자치’ 영역이다. 따라서 ‘근로시간을 법으로 정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법 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어 그 자체를 백지화할 수는 없다. 따라서 최대한 유연하게 법을 적용하고 소규모 사업체로의 시행 시기를 순연할 필요가 있다. ‘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책이 ‘가정에 기초한 희망 사항’일 순 없다. 명분에 포획된 근로시간 단축은 ‘투 잡(job)’을 뛰는 피곤한 삶’으로 연결될 수 있다. 사전에 의도한 대로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늘 ‘예기치 않은 결과의 가설’에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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