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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11일(月)
북한版 넌-루거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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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완전한 북핵 폐기를 위한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판 넌-루거 프로그램 논의가 본격화할 움직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 리처드 루거(85·공화·인디애나) 전 상원의원과 샘 넌(80·민주·조지아) 전 상원의원을 만나 1990년대 소련 해체 후 구소련의 핵무기 제거를 위해 마련된 넌-루거 프로그램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루거 전 상원의원과 넌 전 상원의원은 당 소속이 다르지만, 구소련의 핵·생화학 무기 제거를 위해 의기투합, 1991년 11월 넌-루거 법을 공동 입안했다.

이 법에 따라 미 국방부는 협동적 위협 감축(CTR) 프로그램을 마련, 1992년부터 4년간 매년 4억 달러를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에 지원했다. 이 재원은 이 나라들의 핵·생화학무기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데서 한발 나아가 핵·미사일 관련 인력의 직업훈련과 재취업, 해외 이주 지원 등에 쓰였다. 구소련의 핵·미사일 과학자 5만8000명이 다른 직업을 찾았고, 핵탄두 7619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902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33기, 화학무기 2936t이 불능화 처리됐다. 미국의 재정·기술 지원에 힘입어 냉전 시대 적국이었던 구소련의 핵·화학무기가 안전하게 처리된 것이다.

넌-루거 프로그램을 북한에 적용하자는 논의는 2005년 9·19 공동성명이 마련됐을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고 핵시설 불능화를 이행할 경우 넌-루거 프로그램에 따라 2만여 북한 핵·미사일 과학자 및 기술자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등에서 넌-루거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겼던 조엘 위트 전 국무부 북한담당관은 2007년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넌-루거 프로그램의 북한 적용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팀들은 2008년 2월 실태조사차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중단됐다. 넌 전 상원의원은 7일 NPR 인터뷰에서 “북핵 폐기와 함께 북한의 핵 관련 인사들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중동 지역 등으로 흩어질 우려가 있다”며 북한판 넌-루거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10여 년 만에 재등장한 북한판 넌-루거 프로젝트는 김정은의 결단에 달렸다. 또 다른 문제는 막대한 비용이다. 이번에는 미국이 다 부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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