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김정은 내일 담판…CVID 로드맵에 成敗 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한반도 이해 당사국은 물론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최악의 불량국가로 낙인 찍힌 북한 사이의 사상 첫 정상회담이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그보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이 이젠 전세계를 위협할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정상이 성격과 스타일도 독특해 회담 전망도 극과 극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의 성패(成敗)는 대한민국을 넘어 동북아는 물론 세계 정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회담 결과는 예측불허이지만, 두 정상이 모두 성공시켜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김정은은 북한을 국제 질서에 편입되게 하고, 이를 계기로 경제 개발에 나서겠다는 결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자존심을 접고 중국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고, 모든 실세들을 대동했다. 김정은은 “조·미 상봉이 성과적으로 진행되면 싱가포르의 노력이 역사적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강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1일 “달라진 시대적 요구에 맞는 새로운 관계 수립”을 강조하고, 당·정 간부들의 입을 빌리긴 했지만 ‘훌륭한 성과를 충심으로 축원’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강한 자신감을 표시했다. 캐나다 퀘벡 주요7개국 (G7) 정상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출발해 10일 밤 늦게 싱가포르에 도착했는데, “우리는 비핵화를 하고, 무언가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단 한 번의 기회(one-time shot)”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 같은 독재국과의 협상은 독재자와의 직접 담판이 가장 확실한 해법이다. 북한 외교관들도 그간 “정상간 대화를 통해서만 북핵 위기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런 만큼 이번 트럼프-김정은 담판은 북핵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미국과 북한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사전 조율을 마쳤다고 한다. 따라서 12일 회담은 구체적 내용을 둘러싼 협상이라기보다 ‘담판’의 성격이 강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분 이내”, 심지어 “5초 안에”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김정은의 핵폐기 진정성 확인을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담판의 성패는 완전한 핵폐기(CVID) 로드맵과 일정표를 합의문에 넣느냐 마느냐, 더 중요한 것은 어떤 CVID냐의 문제다. 합의문엔 핵 동결-신고-검증-폐기 및 시한이 명시돼야 한다. 핵 무기·물질·시설 리스트 신고 및 검증·사찰 수용과 함께 단기간 내 국외반출, 폐기는 기본이다. 신고와 검증은 1994년 제네바 합의와 9·19 공동성명 때처럼 합의가 휴지조각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한 필수 장치다. 이럴 경우,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해제와 경제 지원, 관계 정상화 등 안전 보장(CVIG)이 제공되며 북한을 정상국가화하는 길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