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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11일(月)
국민연금 ‘시장·정치 中立’ 고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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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前 한국연금학회 회장

금융위원회가 공적 연기금이 구체적인 주주권 행사 지침을 공시하고 주주권을 행사할 경우 주식 보유 목적과 관계없이 약식 보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시장에서는 금융위원회가 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 지침, 곧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맞춰 국민연금기금이 의결권을 쉽게 행사할 수 있게 공시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626조 원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시장지배력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액은 시가 기준으로 131조 원에 이른다. 상장회사 중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 수는 275개, 10% 이상은 84개에 이른다. 삼성전자 9.47%, 현대자동차 8.44%, SK텔레콤 9.16%, LG화학 9.08%, 포스코 10.79%, KB금융 9.62% 등 국내 유수 기업에 대한 지분은 10%에 육박한다.

향후 기금이 2000조 원 이상으로 늘어나면 현재의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유지한다 해도,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국민연금기금의 직·간접 영향권에 들어가게 된다. 이대로 하면 국민연금기금은 금융시장뿐 아니라 대기업의 경영권에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을 갖게 된다.

최근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의 사회적 책임 투자 확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대한항공에 (지분 12.45%) 보낸 공개서한이 주목받고 있다. 탐탁지 않은 재벌 기업을 국민연금기금으로 주물러 주기를 바라는 여론이 반기업 정서와 맞물려 상승작용을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법 제102조는 국민연금 재정의 장기적인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그 수익을 최대로 키울 수 있도록 관리 및 운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도 법에 정하고 있는 수익성 최대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세계의 주요 연기금들이 최근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고는 있지만, 수익성 최대화를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그렇지만 현재 국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민연금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필요성 주장 이면에는 공공성 원칙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국민연금기금운용의 공공성 추구가 국민연금기금이 국민의 감정을 대변하는 공권력을 행사해야 함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국민연금기금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정하고 있는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 그 자체가 이미 국내 어느 대기업보다, 심지어는 정부보다도 아직은 잠재적이지만 더 무시무시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리바이어선(Leviathan)’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연금기금 운용상의 ‘공공성’은, 수익성을 목적으로 금융시장 및 자유 시장경제 질서를 교란할 정도로 전횡해선 안 된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 또한, 공공성을 국민연금이 가변적인 국민 감성에 편승해야 하는 것으로 오인해서도 안 된다. 기금운용이 여론에 출렁거리기 시작하면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중립성을 잃게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초고령화시대에 국민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시장 중립성’과 ‘정치 중립성’은 반드시 담보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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