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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12일(火)
인천~경기 해안, ‘살인 입자’ 미세플라스틱 농도 세계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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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김정훈 기자 kimjh@
- ‘편리한 소재’ 미세플라스틱의 역습

5㎜ 미만의 플라스틱 조각
미세먼지와 함께 건강 위협

경기 서해안·낙동강 하구
1㎡당 평균 1만∼10만 개
‘韓, 심각한 오염국가’ 오명

발생 잠재량 최고 年 21만t
노르웨이보다 25배나 많아


1868년 미국의 발명가 존 웨슬리 하이엇은 당구공의 재료였던 값비싼 코끼리 상아를 대체하기 위해 셀룰로이드를 만들었다. 세계 최초의 천연수지 플라스틱이다. 처음에는 당구공 제조에 쓰였다가 1906년 벨기에 출신 미국 화학자 리오 헨드릭 베이클랜드가 페놀계 합성수지 베이클라이트를 개발하며 본격적인 플라스틱 시대가 열렸다. 플라스틱은 철, 유리보다 저렴하면서도 유연하고 탄력성이 강해 다양한 재료의 대체재로 널리 사용됐다.

문제는 한번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잘 썩지 않아 환경을 무참히 파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등 휴양지로 인기가 많은 지역의 바다는 떠밀려온 플라스틱 제품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플라스틱이 망망대해를 떠돌며 매우 작은 입자 형태인 ‘미세플라스틱’으로 변신, 인간에 대한 ‘역습’을 준비하고 있는 형국이다.

환경운동가들은 5㎜ 미만의 플라스틱 조각인 미세플라스틱을 미세먼지와 함께 인간의 건강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오염물질로 꼽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미세플라스틱 최대 오염국으로 꼽히고 있다. ‘침묵의 살인자’라는 미세먼지의 별명만큼이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일상생활 속의 ‘살인 입자’가 산하를 오염시키면서 물 한 방울, 흙 한 움큼도 마음 놓고 사용하지 못할 때가 올지 모른다는 경보 사이렌이 커지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쉼없는 역습=최근 중국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 중단 조치로 페트병과 비닐 같은 일회용품이 그대로 폐기되는 등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쓰레기 대란을 겪고 있다. 이렇게 버려지는 해양 쓰레기 중 60∼80%는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로 흘러들어 생태계를 파괴할 뿐 아니라 먹이사슬을 타고 다시 식탁으로 돌아와 인체 건강을 위협한다.

지난해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1950년에 150만t, 2016년에는 이보다 20배로 증가한 3000만t이 생산됐다. 생산한 플라스틱의 4분의 1가량은 강이나 배수구 등을 타고 바다로 그대로 흘러든다.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해양생물이다.

지난 2월 스페인 남부 카보데팔로스 해변에서 몸길이 10m 크기의 고래가 죽은 채로 발견됐는데 부검 결과 배 속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29㎏이 확인됐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거친 해류와 태양 자외선에 의해 점점 더 작은 조각으로 쪼개진다. 엘리차 저마노브 호주 머독대 교수팀은 플랑크톤은 물론이고 천연소금과 생선, 새우, 굴 등에서도 다량의 플라스틱이 검출됨을 확인했다. 지난 3월 세리 메이슨 미국 뉴욕주립대 교수는 전 세계 9개국 11개 브랜드 생수 260병을 수집해 조사한 결과 93%인 241병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한국, 최대 오염국 오명=지난 3월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팀이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는 한국의 인천∼경기 해안과 낙동강 하구가 세계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2∼3번째로 높은 곳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1㎡당 평균 미세플라스틱 개수가 1만∼10만 개 사이인 곳은 영국 머지∼어웰강, 한국 인천∼경기 해안·낙동강 하구, 캐나다 세인트로런스강 네 곳뿐이다. 연구팀은 “고도화된 도시만 놓고 보면 서울, 홍콩 등이 미세플라스틱 오염 농도 상위 9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에서도 심각한 상황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혜성·김용진 목포해양대 환경·생명공학과 교수팀이 지난해 7월 ‘한국해양학회지’에 게재한 연구 결과를 보면, 국내 미세플라스틱의 발생 잠재량은 연간 6만3000∼21만6000t으로 추정됐다. 노르웨이, 스웨덴보다 각각 25배, 10배 정도 많은 규모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 발생 잠재량이 많게 나온 것은 인구·경제·도로 상황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의 미세플라스틱 발생 주요 원인으로 ‘선박 수송·타이어 분진·가정 세탁’ 등을 꼽았다. 연구팀은 앞으로 미세플라스틱 배출원 관리와 발생량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는 걸음마 수준=미세플라스틱 관련 연구는 미세먼지와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인 위험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불과 두 달 전이다.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의 연구는 이제 막 걸음을 뗀 정도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하수처리시설 미세플라스틱 모니터링 및 관리방안 마련 연구’와 ‘정수처리 공정상 미세플라스틱의 효과적 제어 방안 마련 연구’를 추진하기 위해 용역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12일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에 따라 우선 관리 대상 물질로 선정하는 것을 검토할 방침”이라며 “정수장의 경우 연구 결과에 따라 필요하면 시설 개선 방안 등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정부 차원의 연구 진행이 시작된 것은 미세플라스틱이 실생활에 침투한 데 따른 심각성 때문이다. 지난해 환경부는 국내 정수장 3곳에서 ℓ당 0.2∼0.6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아리수’ 등 병에 담긴 수돗물과 먹는샘물 1개 제품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환경부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발표했지만 소식을 접한 국민의 불안은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이 어떤 경로를 통해 물에 들어갔는지 확인되지 않아 연구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관련 국내외 전문가들은 해양은 물론, ‘토양’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한 보고서를 통해 “담수와 토양에도 미세플라스틱이 널리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연구를 주도한 환경학자 첼시 로크먼은 “미세플라스틱은 비에 섞여 우리가 마시는 식수, 작물을 기르는 땅에도 퍼져 있다”며 “해양에 맞춰진 미세플라스틱 연구의 초점을 내륙으로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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