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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Her Story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12일(火)
노래도 사랑도 건강도 ‘사연 많은 여자’ 랍니다
역주행 히트… 첫사랑과 결혼… 파경직전 위기… 돌발성 난청…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데뷔 40년만에 제2 전성기 노사연

1991년 예능 ‘일요일…’ 계기
2년전 발표했던 ‘만남’ 대히트

6~7년 전부터 난청으로 고통
보청기 착용하고 회복해 감사

이혼 위기 잘넘겨 은혼식 여행
아들 낳은건 정말 잘한 일이죠

지난달 신곡 ‘시작’으로 재출발
자작곡 불러보고 싶은 욕심있어


예쁘지도 않고 날씬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제가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제가 원래 복이 많은 사람이에요. 하하.”

가수 노사연(61)은 방송에서의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거의 다르지 않은 늘 한결같은 연예인 중 하나다. 자신이 농담처럼 말하듯이 전형적인 미인도, 빼어난 달변가도 아니지만 1978년 데뷔 이후 지난 40년간 ‘국민 가수’로 꾸준히 사랑받았다. 본업인 가수로서뿐만이 아니다. 넉넉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섭외 1순위’ 방송인이다. 최근엔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서 가수이자 남편 이무송(57)과 일명 ‘무사 커플’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결혼 25주년을 맞아 필리핀 보라카이로 은혼식 기념 여행을 떠난 모습은 웃음과 함께 감동을 자아냈다. 지난 1일 오후 새 예능 프로그램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그를 따로 만나 인터뷰했다. 빨간색 원피스로 한껏 힘을 준 그는 어느 것 하나 숨기고 감추는 법이 없었다.

“TV 예능을 통해 드러난 것도 제 모습이 맞아요. 흔히 제가 대담하고 화통한 성격인 것으로 알고 계시죠. 하지만 전 이무송 씨가 첫사랑이에요. 그야말로 ‘사연이 없는’ 여자였죠. 젊어서 지방에 공연을 가도 제주도를 제외하곤 외박을 해본 적이 없어요. 참, 연약한 여자랍니다.”

노사연-이무송은 연예계 대표적 연상연하 스타 커플이다. 이무송이 4세 연하다. 둘은 1994년 결혼에 골인했다. 당시만 해도 엄청난 화제였다. 노사연은 1991년 그의 대표곡 ‘만남’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MBC 방송대상 가수상을 받은 최고의 가수였고, 이무송 역시 1993년 ‘사는 게 뭔지’의 히트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노사연은 이무송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라디오 방송 DJ를 같이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연인으로 발전했다.

“이무송 씨를 처음 본 건 신라호텔 야외수영장에서였어요. 친구 이성미와 함께 비키니 입고 놀러 갔는데 이무송 씨가 가수 최성수 씨와 함께 온 거예요. 그때 보고 반했어요. 한국에선 볼 수 없는 ‘마스크’라고 생각한 거죠. 하하. 제가 영어에 약한데 유학파인 이무송 씨가 제 눈에는 꽤 멋있고 신선해 보였어요. 그때만 해도 전 데이트 한 번 해본 적 없는, 남자를 모르는 여자였으니까요. 하하.”

하지만 첫눈에 반한 사랑도 위기가 있었다. 결혼 초기 서로 안 맞아서 “피 터지게” 싸운 적이 있었고, 자신은 “천둥 같은 사랑”을 하는데 남편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슬펐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이가 50∼60대가 되고, 은혼식을 맞으면서 사랑과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사랑의 본질은 변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랑은 오래 참는 거죠. 어디서 들은 얘기인데 모든 인간에겐 세 가지 반지가 필요하대요. 약혼반지(Engagement Ring), 결혼반지(Wedding Ring), 그리고 ‘서퍼링(Suffering·고통)’이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이혼하자고 했으니 이무송 씨가 매우 힘들었을 거예요. 숨이 막혔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지나고 보니 부부 사이에 이렇게 깊은 마음이 있을 수 있는데 그때 만약 깨뜨렸다면 얼마나 바보 같았을까요. 위기를 잘 견딜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해요.”

노사연은 결혼해서 가장 잘한 일로 아들을 낳은 일을 꼽았다. 그는 결혼 이듬해인 1995년 소중한 아들을 얻었다. 그 아들이 지금은 대학을 졸업했다. 올해 초 미국 뉴욕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다.

“지난달에 아들 졸업식에 다녀왔어요. 성적이 좋아서 ‘아너(Honor)’상을 받았더라고요. 너무 기뻤죠. 아들은 DNA의 혁명이에요. 하하. 걔만 보면 흐뭇해요. 영화 연출도 하고, 뮤지컬 연기도 하고, 음악도 하고, 재능이 많아요. 그런데 방송 출연하는 건 아직 꺼려요. 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일하는 게 좋아 보이지만 남편은 반대하거든요. 아직은 지켜보려고 해요.”

노사연은 국내 대표적 ‘연예인 패밀리’이기도 하다. 잘 알려졌다시피 가수 현미가 이모이고, 배우 한상진은 외사촌동생이다. 후배 가수인 원준희는 이종사촌 올케다. 친언니인 노사봉 씨도 ‘연예인급’이다. 노사연의 활동 초기에 매니저 일을 도맡았고, 그러다가 방송에 출연해 개그맨 뺨치는 입담으로 유명해졌다. 지금은 웨스턴조선서울호텔 후문 부근에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 한식당은 지난해 미슐랭 가이드의 ‘빕구르망’ 리스트에 올랐다.

하지만 노사연 가족의 ‘끼’는 그의 어머니로부터 기인한다. 노사연의 어머니 김화선 씨는 전설적인 무용가 최승희의 제자였다. 최승희 무용단에서 활동하면서 전국 공연을 다녔다. 그러나 6·25 전쟁이 발발하고 9세 연상의 노사연 부친을 만나 결혼까지 하면서 타고난 재능을 다 펼치지 못했다.

노사연은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끼를 숨길 수 없었다. 21세이던 1978년 제2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돌고 돌아가는 길’로 금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당시 대학가요제는 젊은이들의 꿈의 무대였다. 미디어나 경연대회가 많지 않던 때에 대학가요제의 인기와 권위는 지금의 ‘슈퍼스타 K’를 능가했다. 당시 수상자나 출연자의 면모만 봐도 알 수 있다. 대상은 부산대생으로 구성된 ‘썰물’의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가, 은상은 배철수가 이끌던 그룹 활주로의 ‘탈춤’이 받았다. 심수봉도 ‘그때 그 사람’으로 참가했으나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을 정도다.

▲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속 노사연·이무송 부부. 인기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손예진·정해인을 패러디하고 있다. SBS 제공

누구보다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노사연은 그 후로 오랫동안 지독한 무명 시절을 겪었다. 보이지 않는 차별 때문이었다.

“외모 탓이죠. 대학가요제 상 받으면 다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노래 잘하는 것보다 외모나 인기가 더 중요하더라고요. 가요 무대에 아무리 일찍 가도 인기 있는 가수가 오면 순서를 바꿔줘야 하고 저는 계속 밀리고…‘여기는 썩었다’고 생각했죠. 그러고는 기타 메고 언더그라운드 가수로 5년을 지냈어요.”

그러다가 노사연을 ‘국민 가수’의 반열에 오르게 한 곡이 바로 ‘만남’이다. ‘만남’은 최대석이 작곡하고 박신이 작사한 곡이다. 원래는 1989년 8월에 발매된 2집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처음엔 그리 시선을 끌지 못했다. 발매 1년이 지나도록 반응이 미지근했다. 그런데 2년 만에 ‘역주행’에 성공한 것이다. 거기엔 또 흥미로운 사연이 있다.

“1983년 ‘님 그림자’로 얼굴을 알렸지만 ‘만남’의 반응은 대단하지 않았어요. 앨범 발표 후 2년이 지나도록 영 신통치 않았죠. 그런데 1991년 MBC 인기 예능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부르면서 달라진 거예요. 주병진 씨와 함께하던 ‘배워봅시다’ 코너 마지막 녹화 날, 담당인 송창의 PD가 즉석에서 ‘만남’을 부르는 게 어떠냐고 해서… 그날로 그 곡과 제 운명이 바뀐 거죠.”

이후 ‘만남’과 노사연의 인기는 거의 신드롬 같았다. 그해 봄부터 입소문을 탄 ‘만남’은 KBS ‘가요 톱 10’에서 5주 연속 1위로 골든컵을 받았고, 다른 음악상을 휩쓸었다.

“그냥 불이 붙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하루 20곳도 넘는 행사장을 다녔어요. 바쁠 때는 퀵 서비스 오토바이를 탄 적도 많아요. 제가 움직이면 세상이 저를 향해 출렁거리는 것 같았죠.”

이후 노사연은 ‘우리에겐’ ‘사랑’ ‘이 마음 다시 여기에’ ‘바램’ 등의 히트곡을 냈다. 인생의 여백을 느끼게 하는 가사와 호소력 짙은 보이스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 말에는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도 열었다.

하지만 가수로서 치명적인 고통에 시달렸다. 6∼7년 전 찾아온 돌발성 난청 때문이었다. 헤드폰을 낀 채 라디오 방송 DJ를 오래 한 게 원인이 된 듯했다. 그는 이런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도 인터뷰 도중 양쪽 귀에서 귀걸이 같은 보청기를 꺼내 보여줬다.

“돌발성 난청으로 보청기를 낀 지 6∼7년쯤 됐어요. 귀가 안 들리고 음을 잡지 못해서 처음엔 많이 울었어요. 왼쪽 귀는 거의 청력을 잃을 뻔했다가 겨우 회복되기도 했죠. 지금은 감사하게 살아요. 그동안 너무 건강했기 때문에 아픈 분들의 마음도 알겠고요. 요즘은 보청기가 너무 좋아졌어요. 귓속에 넣으면 보이지도 않고, 성능도 좋아요.”

노사연은 지난달 신곡 ‘시작’을 발표하면서 가수로서 다시 출발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시작’은 김태원이 작사·작곡한 노래다. 김태원 특유의 애절한 선율과 서정적인 가사가 잘 녹아 있다. 노사연은 지금까지의 발성과는 조금 다르게 이 곡을 불렀다. 유튜브에서 조회 수가 이미 60만 건을 넘었다. 앞으로 직접 노래를 만들어 보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60대 이후 가수로서의 삶요? 글쎄요. 사실 이제 큰 욕심은 없어요. 다 해봤잖아요. 인기도 있었고, 상도 받았고… 굳이 뭔가를 해야겠다는 것보다 하루를 감사하게 사는 마음이 중요해요. 그래도 욕심을 낸다면 제 손으로 1곡 정도는 직접 만들어 불러보고 싶어요. 예전에 통기타로 작곡해 놓은 것도 있고, 가사 써둔 것도 많은데 한번 도전해 볼까요.”

노사연은 말미에 미국 ‘빌보드 200’에서 1위를 한 방탄소년단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선배로서 너무 자랑스러워요. 드디어 해내는구나 하는 생각. 밥 사주고 싶어요. 누나가 고기 사줄게. 하하.”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사진 = 김선규 기자 ufokim@munhwa.com
e-mail 김인구 기자 / 문화부 / 차장 김인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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