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폭력법 개정때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 대책 꼭 반영을”

법제연구원 ‘4대 요건’권고
2차 피해 방지 방안 등 포함

‘미투(Me Too) 운동’으로 촉발된 성희롱·성폭력 근절 법개정 과정에서 4대 요건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4대 요건은 권력형 성범죄 특수성, 2차 피해 재발 방지, 기관·단체의 장과 사업주의 책임 강화, 성 평등 교육 등이다. 한국법제연구원은 12일 국회의 법률 개정 움직임을 토대로 성폭력 근절과 성 평등 사회구조 실현에 초점을 맞춘 ‘미투 운동에 대한 법제적 대응’을 통해 이런 방안을 제시했다.

장민선 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성폭력 범죄의 성립 여부 판단에서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권력형 성범죄의 경우 폭행 또는 협박 등이 없어도 조직 내부의 권력관계에 따른 무형의 지배력으로도 피해자가 항거할 수 없으므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성폭력 가해자가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또는 무고죄로 피해자를 역고소할 수 있는 점에 주의하는 한편, 성폭력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입법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를 위해 성폭력범죄의 사건 종결 전까지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적용을 배제할 것을 제안했다. 또 기관이나 단체의 장, 사업주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안심하고 성폭력 범죄 사실을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고 신고했다는 이유로 업무상 불이익을 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 차원의 성평등 교육 확대도 포함됐다.

한편, 정부 차원의 성희롱·성폭력 관련 지침 개정 및 행정 조치와 달리 법률개정안 중 83%가량은 국회에 계류돼 있어 이를 고려한 신속한 입법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성가족부는 이날 법안 처리 현황을 점검한 결과, 성폭력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및 예방교육 강화를 위해 개정을 추진 중인 12개 법률 가운데 성폭력 등 가해자에 대한 처벌 및 행정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형법,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 10개가 통과되지 않았다. 윤세진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점검단 총괄팀장은 “대책의 이행력 확보를 위한 조속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종·김기윤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