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구조개혁 미루면 엄중한 상황 처할 것”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주열(앞줄 오른쪽 세 번째)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 태평 빌딩에서 열린 한은 창립 68주년 기념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은 68주년 기념사서 강조
“고용 부진서 탈출 하려면
노동시장 이중구조 바꿔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경제 주체 간 이해관계 상충을 이유로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미룬다면 중장기적으로 훨씬 더 엄중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한은 창립 68주년 기념사에서 “국내외 경제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을 때 구조개혁이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이 총재는 한국의 낮은 성장 잠재력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노동시장 개혁, 규제개혁 등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이해관계 상충 극복’과 ‘엄중한 상황’까지 언급하며 구조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이 총재는 이날 전체 6페이지의 기념사 중 한 페이지를 구조개혁론에 할애했다. 그는 “우리 경제에는 성장·고용·소득·소비의 선순환을 제약하는 여러 구조적 문제들이 상존하고 있다”면서 “자본 및 기술집약적 산업 등 특정 부문에 크게 의존하는 성장은 외부 충격에 대한 우리 경제의 복원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고용 부진은 일부 업종의 업황 개선 지연 이외에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같은 구조적 요인에도 기인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고용 문제의 해법을 노동시장 개혁에서 찾았다.

그는 또 “국내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아직 높지 않아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다만 이 과정에서 금융 불균형이 커질 수 있는 점, 그리고 보다 긴 안목에서 경기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정책 운용 여력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 안팎에선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중 1회 정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이 총재는 “소득에 비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는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를 통해 소비를 제약할 소지가 있다”면서 이자 증가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