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숨어 사는 탈북여성들 ‘물건 취급’ 받는 비참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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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100명 인터뷰한 책 ‘엄마의 엄마’ 출간한 강동완 교수

“호적 없어 숨지면 버려지는 존재
김정은 ‘인권 개선 의지’ 여부가
비핵화의 진정성 가늠하는 잣대”

“16세 때 어머니와 각각 다른 마을에 팔려간 딸이 있었습니다. 몇 년 후 극적으로 만난 어머니가 한국행을 제안했지만, 딸은 이미 자식이 생겨서 갈 수 없었습니다. 엄마가 되기 위해 자신의 엄마를 버려야 했던 거죠.”

지난달 중국 거주 탈북 여성 100명을 현지에서 인터뷰한 책 ‘엄마의 엄마’를 출간한 강동완(44·사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책 제목이 나오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 탈북민 수는 3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중국에 있는 탈북 여성 수는 3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 교수는 책을 쓴 계기에 대해 “국내 탈북민의 70%는 여성이고, 그중 70∼80%는 중국에서 살다 온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중국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 알아야 정착·생활 지원을 제대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2016년부터 강 교수가 1년여에 걸쳐 인터뷰한 이들은 생활고 등 다양한 이유로 탈북했지만, 중국 땅에서는 호적조차 없어 ‘죽으면 길에 버리면 되는 존재’에 불과하다. 국경선을 건넌 이상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데다 브로커로부터는 ‘돈을 주고 사 온 물건’ 취급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강 교수는 “많은 사람이 알고 싶어 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지만 지금 이 순간 수많은 탈북 여성들에게 벌어지는 현실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지난 2010년 한 탈북 청년이 인천 무의도에 있는 드라마 ‘천국의 계단’ 세트장을 방문해 “이 드라마를 북한에서 봤다”고 한 데서 착안해 북한 내 한류 현상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구에서 시작된 관심은 탈북민 지원과 북한 인권 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강 교수는 “북한 사회가 변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깨어나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국의 발전상과 민주주의의 가치 등을 담은 외부 정보”라고 역설했다. “영화·드라마가 유입되면 단순히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장과 연결망이 만들어져 사람들의 의식이 달라진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강 교수는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기록도 올해 하반기에 책으로 묶어 낼 예정이다.

강 교수는 북한 비핵화뿐만 아니라 인권 문제 개선 역시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교수는 “인권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있느냐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김정은의 리더십을 재평가하거나 ‘평화의 전령’처럼 포장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도 북한 여성들이 중국에 팔려나가는 현실은 여전하다”며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온 지금이야말로 인권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