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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14일(木)
신자들에 의한 ‘종교개혁’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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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계에서 재가신자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사진은 신자들의 법회 모습.
▲  개신교에서 쇄신을 요구하는 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예배 모습. 자료사진
불교 재가자·기독교 평신도 ‘쇄신운동’ 눈길

불광사 신도 요구로 회주 교체
“조직 문제, 내부서 해결못해”
재가자 주축‘리셋 불교’제안
유산 10% 기부‘사회佛事’도

세습 등 제도권 교회에 실망
교회 나가지않고 신앙 지키는
가나안 신자들 모임도 급증세


한국의 주요 종교에 재가자·평신도 중심의 쇄신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한국 사회 각 분야가 변혁기를 맞고있지만 주요 종교의 성직자가 ‘적폐’의 대상으로 꼽히면서도 변화에 한계를 보이며 평신도들이 나서는 모양새다. 이전에 이런 움직임이 없지 않았으나 서울 불광사에서 재가신자들이 의혹이 발생한 사찰 최고 어른인 회주의 퇴진을 요구해 실현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13일 서울 송파구의 대형 사찰인 조계종 산하 불광사에서는 소속 종무원과 부적절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고 관할 유치원 임금 부정 수급 의혹을 받아온 회주 지홍 스님(조계종 포교원장)을 신자들의 요구로 바꾸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4일 지홍 스님이 불광사 회주를 사퇴한 가운데, 불광사를 관할하는 광덕문도회가 이날 신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범어사 교수사인 지오 스님을 새로운 회주로 추대했다.

1999년 입적한 광덕 스님이 1982년 창건한 불광사는 해방 후 현대 도심포교당의 발상지이자 ‘불광운동’을 주도해온 한국불교의 대표적 전법도량으로, 유치원 및 노인요양센터·불광미디어 그룹을 운영하는 등 규모가 큰 사찰이다. 신자들의 힘으로 이 같은 주요 사찰에서 회주를 바꾸기는 한국 현대불교에서 처음이다.

앞서 불교 시민운동을 펼쳐온 박광서 서강대 명예교수는 재가신자가 주도하는 ‘리셋(reset)! 한국불교’를 제안하고 나섰다. 박 명예교수는 최근 나온 계간 불교평론 여름호에 실린 같은 제목의 글에서 “출가승들 중심으로 운영되는 종단에 대한 기대를 과감히 포기하고, 재가불자들 중심으로 새로운 불교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리셋’”을 제안했다.

한국불교는 2016년 통계청의 종교인구 조사에서 10년 전에 비해 신자가 300만여 명이 감소하며 개신교에 국내 1위 종교 자리를 내줬다. 또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단은 지난해부터 불교 등의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비판받아왔고, 최근 종단 고위직 스님들의 각종 의혹이 방송되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박 교수는 “그 시대 조직의 문제는, 그 시대 그 조직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 한국불교의 잠을 깨울 ‘재가자의, 재가자에 의한, 재가자를 위한’ 재가결사를 그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박 교수는 재가운동이 해야 할 일들로 “자비, 생명, 평화의 불교적 가치에 익숙하고 공공의식과 사회참여 의식이 높은 재가 지도자의 양성, 한국불교를 어떻게 시대정신에 맞게 분석하고 유도해 나갈지 연구하는 싱크탱크의 설립, 불교시민단체의 연대·지원” 등을 꼽았다. 그는 재가결사 참여자들이 ‘유산 10% 기부운동’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이 같은 ‘사회 불사’를 추진하자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런 재가운동이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부정부패, 공공성 훼손은 물론, 종교의 권력화를 막는 데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신교에서는 기존 제도권 교회에 실망해 교회를 나가지 않는 이른바 ‘가나안 신자’들의 모임도 생겨났다. 개신교 신자의 불당훼손 사건을 대신 사과하고 복구비용을 모금했다는 이유로 파면당한 손원영 전 서울기독대 교수는 기독교에 우호적이지만 교회에 안나가는 가나안신자나 이웃 종교인이 제공한 영성센터나 레스토랑, 카페 등의 건물을 이용해 ‘가나안교회 모임’을 1년째 이끌고 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에 가나안 신자가 200만 명에 이른다”며 “‘가나안 교회’는 교회 쇄신을 요청하는 일종의 평신도 운동으로, 점차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불교, 개신교, 천주교 관련 시민단체들이 종교개혁을 선포하는 공동 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성직자와 수행자들의 타락은 종교를 유지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었다”고 비판하면서 “각기 믿음은 다르지만, 한목소리로 한국 종교의 개혁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주요 종교에서 나타나는 이런 흐름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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