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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15일(金)
“감각을 열고 상상력을 키워 세상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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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의 0도 / 박혜영 지음 / 돌베개

“머리가 아니라 발의 직감을 믿고, 정신이 아니라 몸의 감각을 일깨워야 한다. 어른이 아니라 아이에게 지혜를 물어야 하고, 남성이 아니라 여성에게 공감해야 한다. 전문가가 아니라 농부에게 생존법을 배워야 하고, 과학이 아니라 문학에서 진실을 물어야 한다. 기술자가 아니라 작가의 눈으로 우주를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생태 사상가와 작가들을 연구해온 저자는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우리의 감각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무엇이든 보고 듣고 느낄 자유가 있지만 우리는 그런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늘 한 쪽으로 고정돼 있다고 했다. 이유는 우리의 감각이 한 줌도 안 되는 강자의 세계만 욕망해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감각의 전환을 위해 여덟 작가를 생태적, 시적 시선으로 살핀다. 환경운동가 레이철 카슨, ‘모모’의 작가 미하엘 엔데, ‘중간기술’ 개념을 보급한 경제학자 E F 슈마허, 문명비평가 웬들 베리, 팔레스타인 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시, 맨부커상 수상작가 아룬다티 로이, 비평가 존 버거, 그리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책은 카슨을 통해 우리의 길을 반성하며 돌아본다. 엔데를 통해 생명의 시간이 모두 돈을 위한 시간으로 바뀌었음을, 슈마허를 통해 시간의 변화와 함께 노동도 삶의 기쁨에서 생존을 위한 노역으로 변질됐음을 말한다. 베리를 통해 생태적 관점에서의 평화를 살피고, 다르위시로부터 올바른 정의란 무엇인지 들려준다. 버거로부터 우리가 느끼는 감각에도 윤리가 있다는 점을, 로이를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상상력의 힘을 강조한다. 책은 소로로 마무리된다. 저항할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인으로 살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책 제목인 ‘느낌의 0도’는 온몸으로 느끼기 시작한 지점, 존재들이 무감각에서 깨어나 점차 눈을 뜨는 해빙의 온도를 뜻했다. 저자는 감각이 깨어나면 비로소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책의 부제는 다른 날을 여는 아홉 개의 상상력. 저자는 “아홉 번째 상상력은 아직 오지 않은 상상력이자 이 책을 읽고 감각이 새롭게 일깨워질 독자의 몫으로 남겨 준 것”이라고 말했다. 232쪽, 1만4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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