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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회평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15일(金)
親勞정책이 근로자 울리는 逆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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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최저임금·주52시간제 여파로
취약층 일자리도 소득도 줄어
근로자 편든 정책의 아이러니

노동시장 경직성 더 키우면서
과실은 소수 귀족노조에 편중
고용규제 깨야 혁신성장 가능


주(週)52시간제 시행 불과 3주 전에야 내놓은 가이드라인을 두고 늑장·부실 비판이 나오자 고용노동부의 답은 이랬다. “어떤 나라도 노동시간의 인정 여부를 지침으로 정하지 않는다.” 불쑥 던져진 근로시간 단축 정책으로 접대·출장·워크숍 등등 온갖 사례를 놓고 골머리를 썩이는 기업으로선 분통이 터질 말이다. 고용부 지침은 모호하기 짝이 없어 기업인으로선 걸면 걸리는 식의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한데 이 발언에 절반의 진실이 들어 있다. 외국 정부가 지침을 만들지 않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라,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업종이나 규모, 업무 형태에 따라 근무 유형은 각양각색이다. 특정한 사례가 업무인지 아닌지는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안다. 다른 나라는 초과 근로 한도를 큰 틀에서 정하되 세부적인 것은 노사 합의에 맡기고, 적용 기간도 6개월∼1년 단위로 자유롭게 열어두었다. 국내 근로기준법으론 1주에 52시간을 넘는 순간 범법자가 된다. 상세한 지침이 절실한 상황으로 몰아넣곤 남의 나라 타령을 하니 무책임한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최저임금 인상과 짝을 이루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친노(親勞)정책이다. 노동자를 노골적으로 편들었지만, 현장에선 환호 대신 비명이 쏟아진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도 1분기 하위 40% 가계의 소득은 급감했다. 종사자가 5∼9명인 음식점·주점의 임시·일용직 근로자 월 임금은 6%가량 줄었다. 이유는 정부도 알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가격(최저임금)을 올리면 수요가 영향을 받는 건 상식”이라고 했다. 청와대의 소득주도 성장론자들과 신경전을 펴던 시점에 한 말이다. 노동력도 상품이다. 사치재가 아닌 한 값이 오르면 수요는 줄어든다. 한꺼번에 단가를 너무 올려놓으니 감당을 못하고 구매 자체를 포기해버린 것이다. 이런 이치는 빼놓고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것은 놀라운 궤변이다.

가계소득 감소 제2탄도 기다리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노동 상품의 포장이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축소되는 것이다. 그동안 연장근로에 생계를 기대온 월수입 300만 원 근로자라면 100만 원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정부는 최대 18만 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는 모양이지만, 기업 설문조사들을 보면 생산성을 높이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일만 더 고달파지는 것이다. 설령 추가 고용한들 기존 2개를 3개로 쪼개는 식의 불완전 일자리여서 순증 효과는 없다. 소득 감소는 대기업보다는 초과근무가 많았던 중소기업에서 더 큰 폭으로 나타날 것이다. 최저임금이 그랬듯 소득분배마저 더 악화할 소지가 크다.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적인 방법은 노동시장의 역동성을 키우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고용규제 효율성은 127개국 중 107위로 말리·세네갈에도 한참 뒤졌다. 임금·근로시간·해고·파견·기간 등 겹겹이 쳐진 규제 장벽을 얼마간 치워주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노동상품이 생겨날 여지는 많다. 각국이 고용 유연성 확대에 몰두하는 이유다. 일본이 대졸 취업률 98%를 기록한 것도 인구 변수보다는 다양하고 유연한 근무 형태를 고민해온 결과다. 그러나 문 정부는 그나마 힘겹게 도입된 비성과자 해고 등 2대 지침을 폐기했고, 성과연봉제도 없던 일로 돌렸다. 그 대신 직고용 강요, 최저임금 고율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경직성을 더 키우며 역주행해왔다.

경직적인 노동시장에선 친노정책도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저임금 근로자일수록 일자리를 뺏기고, 더 곤궁해지는 역설(逆說)이 증명한다. 그 과실은 대부분 10% 대기업 정규직 노조원에 돌아간다. 노동시장에서 기업들이 상품을 구입할 비용, 즉 총 인건비는 정해져 있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가격이 오르면 전투적 노조가 버티는 곳은 손댈 수 없다. 대기업에선 심지어 연봉 4000만 원 직원도 최저임금 대상에 포함되면서 상위 직급까지 줄줄이 인상 효과를 챙기기도 했다. 그러고도 남은 것을 90%가 나누다 보니 더 힘들어지는 것이다. 친노정책이 ‘90%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려면 그 걸림돌인 고용 경직성부터 과감히 깨야 한다.

지금 경쟁국에선 인공지능·스마트공장 등 미래 비전을 얘기하지만, 국내 글로벌 기업은 접대 골프가 근로시간이다, 아니다로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노동개혁에 손 놓고 있는 한 ‘혁신성장’ 논의도 공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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