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청년재직자 ‘역차별’…청년내일채움공제의 허점

‘3년형’과 달리 ‘5년형’은
정부지원 없이 세제혜택만
사업주들 도입 꺼리며 논란

최근 중소기업 인사담당자인 A 씨는 정부가 중소기업 취업 청년의 장기근속과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의 적용 대상을 청년 재직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는 발표를 접하고 회사 측에 도입을 건의했지만 쓴맛만 봤다.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공제는 기업에 지원금을 주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A 씨는 15일 “제도만 만들고 지원을 소홀히 하면 기업이 제도를 도입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청년 일자리 대책이 오히려 청년 재직자를 역차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탁상행정식으로 실적만 우선하다 만들어낸 복잡한 제도가 실질적인 혜택이 없다고 판단한 기업에 의해 외면당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각종 공제제도는 2년형, 3년형, 5년형으로 헷갈리게 양산됐지만 형태마다 혜택이 적용되는 경우가 다르다. 지난 2014년 도입된 청년내일채움공제는 고용부가 주관하는 지원제도로, 중소기업 취업 청년이 2년간 근무하면 1600만 원을 마련해주는 2년형으로 운영돼왔다. 그러다 고용부는 청년 일자리 대책의 하나로 청년내일채움공제 3년형을 신설하는 한편,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할 수 없는 청년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제도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내일채움공제 5년형을 신설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3년형은 지난 3월 15일 이후 중소기업에 최초로 취업하는 청년이 가입할 수 있는 제도로 신규 취업 청년이 3년간 600만 원을 적립하면 기업과 정부가 각각 600만 원, 1800만 원을 추가 적립해 3000만 원을 마련할 수 있다. 내일채움공제 5년형은 청년 재직자가 5년간 720만 원을 적립하면 기업과 정부가 각각 1200만 원, 1080만 원을 적립해 3000만 원을 마련할 수 있다. 두 제도 모두 가입할 때 사업주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청년내일채움공제 3년형을 도입한 기업에 3년간 채용유지지원금 750만 원을 지원하기 때문에 사실상 기업에 부담이 없다. 하지만 내일채움공제 5년형을 도입한 기업에는 세제 혜택만 주기 때문에 사업주로선 도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게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의견이다.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B 씨는 “회사가 제도 도입을 꺼려 직원 동의를 얻어 회사 부담금 중 일부를 매월 급여에서 공제하기로 했다”며 “정부가 기업에 지원금을 주지 않으면 어느 회사가 선뜻 제도를 도입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7월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와 관련,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로얄호텔에서 정책자문위원회를 열고 “근로시간 단축에 애로를 느끼는 기업에 필요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