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폭락에 지원금도 못 받아… 정부가 약속 어겨 주민만 피해”

- ‘原電 폐쇄·사업 종결’ 파장

관련 종사자 500여명 실직
“100% 보상할 때까지 투쟁”

“결국 지역을 들쑤셔 놓아 주민들만 피해를 보게 됐습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이 경북 경주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및 영덕군 천지 원전 1·2호기 등 신규 원전 추진 사업 종결을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속전속결로 발표하면서 지역이 들끓고 있다. 월성 1호기 인근 주민은 한수원이 의견 수렴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해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고, 천지 원전 지역 주민은 정부가 원전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리면서 땅값만 급격히 하락시켰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경주시 감포읍 발전협의회를 비롯한 월성 1호기와 가까운 양남면 5개 마을(나아·나산·상라·읍천 1·2리) 주민들은 18일 오후 2시 한수원 본사 앞에서 정부와 한수원의 일방통행식 원전 조기 폐쇄를 반대하는 집회(신고인원 200명)를 열고 한수원 사장을 항의 방문하기로 했다. 신수철 감포읍 발전협의회 회장은 “정부는 지난해 9월 월성 1호기 폐쇄를 두고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로 했으나 일방적으로 폐쇄를 발표하는 등 끝내 약속을 저버렸다”며 “경주지역 피해에 대해 정부와 한수원이 100% 보상할 때까지 집회를 열며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로 2022년까지 법정지원금 및 지역자원 시설세 432억 원과 상생 합의금 1310억 원 중 미지급금 485억 원을 한수원으로부터 받지 못해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보게 됐다. 또 관련 종사자 500여 명도 일자리를 잃게 됐다.

천지 원전 1·2호기 사업 종결 파장도 커질 전망이다. 한수원이 18% 정도 매입한 부지를 환매 또는 공매로 매각하기로 하면서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매입 부지는 원전예정지구 영덕읍 석·매정·창포리 일대 324만6657㎡ 가운데 58만7295㎡(토지, 지장물 등)로 한수원이 541억 원에 사들였다. 김모(70·영덕읍 석리) 씨는 “이미 땅과 집 등을 판 돈으로 빚을 갚아 한 푼도 없다”며 “한수원은 규정대로 이주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답 3300㎡와 대지 340㎡ 규모의 집 2채 등을 7억 원에 한수원에 팔았다. 매입 부지를 공매할 경우 땅값 폭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원전 사업이 백지화하면서 일대 땅값은 이미 크게 하락했다. 영덕읍의 한 주민은 “예정지구 내에 새로 지은 300여 채의 주택(1채당 면적 약 55㎡)은 거래가 아예 없다”고 말했다. 영덕군 관계자는 “원전 중단 대안 사업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으나 별 소득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주·영덕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