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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현종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18일(月)
죽어야 사는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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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洪 ‘마지막 막말’ 불편하지만
아무도 책임 지지 않는 無腦黨
6·13득표 代入땐 의석 20席뿐

인적 쇄신과 세대교체가 관건
지도부·중진 先퇴진이 출발점
보수정치 궤멸 땐 국가도 불행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6일 대표직 사퇴 후 ‘마지막 막말’이라며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 화제다. 막말이 마지막이 될지는 모르지만 누워서 침을 뱉은 것처럼 지켜보기가 영 불편하다. 끝까지 자신의 책임과 잘못에 대한 반성 없이 당에서 함께 했던 인사들에 대해 험구(險口)를 하면 홍 전 대표의 속은 시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선거로 한국당을 심판한 국민은 ‘여전히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홍 전 대표가 실명(實名)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인적 청산을 해야 했는데 하지 못했던 9가지 유형의 인사를 분류했는데 내용이 참으로 가관이다. ‘고관대작 지내고 국회의원을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 추한 사생활로 더 이상 정계에 둘 수 없는 사람, 국비로 세계 일주가 꿈인 사람, 카멜레온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변색하는 사람,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 친박 행세로 국회의원 공천을 받고 중립 행세하는 뻔뻔한 사람, 탄핵 때 줏대 없이 오락가락하고도 얼굴·경력 하나로 소신 없이 정치생명 연명하는 사람, 이미지 좋은 초선으로 가장하지만, 밤에는 친박에 붙어서 앞잡이 노릇 하는 사람’ 등이다. ‘홍준표 판 블랙리스트’인 셈인데 각 항목에 해당하는 국회의원이 누군지를 두고 입방아가 한창이다.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어쨌든 이런 유(類)의 의원들이 한국당에 계속 자리를 잡고 있다면 아무리 혁신을 한다고 해도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치명적인 상처를 외과적 수술 없이 항생제로 치료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인적 청산과 새 인물의 영입, 정책 노선 변화 등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이건희 식(式) 혁신 없이는 미래가 없다. 지난 2004년 4월 총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152석을 얻었던 열린우리당이 2년 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지금 한국당에 못지않은 전패를 당했던 역사를 보면 민심의 변화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한국당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재건한다면 국민은 다시 보수 정치에 손을 들어 줄 수 있다.

관건은 어떻게 혁신하느냐다. 우선 ‘자기희생’ 없이는 그 어떤 개혁도 진정성을 얻지 못한다. 김무성 의원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이 정도로는 국민 화만 더 돋울 뿐이다. 최소한 이번 선거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당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 지금 현역 의원 대부분이 없어져도 보수 정치를 되살릴 수만 있다면 신진 인사에게 자리를 내주겠다는 결의가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지금 한국당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식의 과감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올해 40세인 마크롱 대통령은 젊은 에너지로 노쇠한 프랑스를 바꾸어 놓고 있고, 44세의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경험을 가진 386세대가 50대 주축을 이루며 이번 선거에서도 나타났듯이 20∼50대까지 한국당의 지지율은 민주당의 절반 수준이다. ‘꼰대’ 이미지로는 인구 지형이 바뀐 상황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과학적인 여론조사도 믿지 않는 19세기 정당이 21세기에 통할 리가 있겠나.

이번 선거는 보수가 패한 것이 아니다. 이를 현실적으로 구현해야 할 한국당이 실패했을 따름이다. 200년 전통을 가진 영국 보수당이 건재한 비결은 최초의 유대인 총리와 최초의 여성 총리를 배출할 정도로 시대 변화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또 과거의 실패를 오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곧바로 재정비하고 덜 분열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남북, 미·북 회담 성사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고 34세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와는 다른 접근법으로 나오고 있다. 단순히 ‘위장평화 쇼’라고 치부할 게 아니라 북한의 전략 변화에 치밀하게 대응했어야 했지만 한국당은 방관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민생문제만 해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노동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데도 한국당은 그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적당히 사람 몇몇 바꾸고 개혁 흉내 내다간 22개월 남은 2020년 4·15 총선도 절망적이다. 이번 선거 지지율을 국회의원 선거에 대입하면 한국당 의석은 20석 정도다.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면 독선과 독주가 판친다. 새가 한쪽 날개만으로 날 수 없듯이 보수정치가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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