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드루킹 사건만 봐도 ‘경찰 수사종결권’은 시기상조다

6·13 선거 압승 이틀 뒤인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문무일 검찰총장과 이철성 경찰청장 등을 청와대로 불러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 “구성원을 잘 설득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지난 1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검찰·경찰·국가정보원 개편 방향 발표, 지난 3월 청와대가 법무부·행정안전부와 함께 만든 조정안 등에도 불구하고 ‘권력기관 개혁’이 지지부진하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다. 그 방향은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사실상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는 식으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보장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검찰의 2차적·보충적 수사를 공약했다.

검찰 개혁의 절박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자치경찰제, 대공 수사권 등과 얽힌 고난도 과제로서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 결코 성급하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최근 드루킹 댓글 공작 수사 과정에서 보여준 경찰의 ‘엉터리 수사’ 행태만 봐도 알 수 있다. 수사 역량과 불법 척결 의지, 정치적 중립 등에서 전방위 결함을 드러냈다. 지난 1년 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은 물론, 지난 3월 드루킹을 구속하고도 정권 실세들에 대해서는 기초적 수사도 하지 않았다. 휴대전화 통화 기록조차 확보하지 않다가 여론이 비등하자 뒤늦게 시늉만 했다. 수사 책임자들은 실세를 감싼다는 오해를 자초했다.

경찰에 수사 종결권이 있었다면 드루킹 사건은 그냥 덮였을지 모른다. 경찰 수사 결론이 뒤집히는 사건이 연평균 4만6000건에 이르고, 지난해 경찰이 인지해 수사를 진행한 사건 중 17만여 건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공권력 집행기관으로서 검찰도, 경찰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좋은 경찰이 되려면 수사권 독립에 앞서 수사 역량과 정치적 중립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이런 조건의 충족 없이 밀어붙인다면 국회가 관련법 개정 과정에서 막아내야 할 책임이 있다.